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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스켓 Jan 17. 2017

땅에서 피어나는 신비한 연기

아이슬란드 게이시르




싱벨리르 국립공원을 지나 게이시르로 달렸어. 차를 타고 달릴때는 두껍고 답답한 패딩을 벗어서 뒷좌석에 던져두기 일쑤였는데, 싱벨리르에서 게이시르까지 가는 길에는 패딩을 벗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거리가 가까웠던거 같아.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게이시르에 거의 다왔음을 느꼈지.





웰컴 투 게이시르! 


맙소사, 이번엔 주차장 뿐만 아니라 기념품샵이 있었어. 주차장도 놀라웠는데 게이시르는 기념품샵에 레스토랑까지 아주 커다란 건물에 세련되게 잘 지어져 있더라. 여긴 정말 '관광지'로써 잘 닦아놓은 곳이었어. 유명 관광지에 이런것도 하나쯤 있어야 아이슬란드도 먹고 살겠지, 라는 생각을 잠깐 하긴 했어.


아이슬란드는 날씨의 변덕이 심하고 추운 날들이 많아 대부분 관광 자원으로 먹고 산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는데, 그래서 사람이 해야 하는 일, 즉 인건비가 아주 아주 높게 형성되어 있대. 예술가들이 살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겠지. 실제로 아이슬란드에는 예술인들을 위한 포럼도 많고, 또 대우도 좋다고 해.





기념품샵에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퍼핀을 캐릭터화 한 상품이 유독 많았던건 실제 퍼핀의 생김새도 만화처럼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덤탱이 쓰는걸 알면서도 이런 기념품샵에서 무언가 하나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나는 성격이라 여기서도 기어코 머그컵 하나를 집어 왔어. 퍼핀이 그려진 푸른색 도자기 머그컵. 키가 낮은 티스푼을 넣어두려고.


여행 초반에 샀던 이 머그컵을 링로드를 일주 하는 내내 깨질까 노심초사 보관을 했었는데, 마지막날 레이캬비크 기념품 샵에서 게이시르에서 샀던 값보다 더 적은 가격에 팔고 있는 똑같은 머그컵을 보고 살짝 절망했어.


'내가 이럴려고 머그컵을 애지중지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기념품샵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진짜 게이시르가 나왔어. 





땅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걸 보고 여기가 게이시르임을 직감했어. 화산지대에서는 종종 지하의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물이나 수증기가 분출하는데, 그 것을 간헐천이라고 부르고, 간헐천이 모여 있는 여기 지대를 게이시르라고 불러.


아이슬란드의 게이시르 또한 오래전 화산 분화에 따라 생겼다고 해. 지하에서 지상으로 물이 솟아오르는 게이시르의 활동은 지진 활동이나 지각 변동같은 자연 현상에 의해 변화 될 수 있는데 19세기에 가장 격렬하게 활동 한 후 1935년부터 잠깐 활동을 멈추었다가, 2000년대 이후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고 하더라.


아이슬란드 관광청 입장에서는 게이시르가 활동을 해줘야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잖아. 그래서 1935년 이후 활동을 멈춰버린 게이시르를 움직이게 하려고 시에서는 꽤 노력을 했는데도 그게 잘 안됐대. 당연한거겠지? 자연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게이시르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건 2000년대 이후 일어난 지진 때문에 지각에 영향을 받아 그렇게 된거래. 지구란 정말 신기하지.


현재는 약 십분에 한번 꼴로 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것도 딱 이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아. 말했듯이 게이시르는 지구의 활동이니까.





물이 솟아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언제 갑자기 솟아 오를지 모르므로 카메라는 늘 대기 상태였어.





물이 솟아오르기 전에 아예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 땅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면 아주 살짝 부글부글하는 느낌이 들고, 그 후 바로 2~3초 안에 물이 솟아 올랐어.





하나 둘 셋 - 펑!


지하에서 솟아 오르는 물은 '펑'하는 소리를 내며 아주 갑작스럽고도 거대한 모습으로 형체를 드러냈어. 물기둥의 높이는 때에 따라 다른데 제일 높을때는 60m 이상까지도 솟아 오른다고 하더라. 엄청나지.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 오르는거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 가면 위험해서 안전 라인이 설치되어 있거든. 우리는 딱 그 라인의 경계에 달라 붙어 게이시르의 활동을 구경했어.





솟아올랐던 물기둥은 가라 앉으면서 미세한 물방울들을 온 사방에 분사했어.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땅 속으로 가라 앉아. 솟아 오르고부터 가라 앉기까지, 그 시간이 너무 짧아 딴짓을 하다가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기 쉬워서 내내 긴장하며 보고 있었어.





우리가 게이시르를 찾았을 때는 거의 10분에 한번씩 간헐천이 솟아 올랐어. 하지만 모습을 드러내는건 15초 정도 될까.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며 게이시르의 활동을 서너번 정도 보았던거 같아.


나는 지구의 활동이나 거대한 자연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게이시르도 많은 기대를 했던 곳은 아니었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폭포나 절벽같은 풍경보다 게이시르가 눈에 들어오더라. 땅에서 피어나는 연기가 이 풍경을 몽환적이고 신비롭게 만들어 주어서, 그게 꼭 다른 시간 속에 있는것 같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높이 솟아 오르는 게이시르.





하얗게 피어나는 연기와, 가을을 머금은 나무의 모습이 어우러져 게이시르의 특별함을 더 돋보이게 해주었던거 같아. 내가 언제 또 이렇게 두 눈으로 지구의 활동을 직접 볼 수 있을까.





추신)아이슬란드에는 게이시르 이름을 그대로 딴 '게이시르'라는 브랜드가 있어서 재밌었어. 

아이슬란드 여행을 한다면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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