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평가 망했을 때
'이럴 때도 있어.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이 두 문장은 묘한 힘이 있다. 실망스러운 감정에 마음이 상했을 때, 예상치 못한 실수를 했을 때, 소위 '맨탈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 들 때,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마법과 같은 문장이다.
특히 오늘처럼 지자체에 방문하여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평가를 받는 날은 더욱이 마법의 두 문장이 필요하다. 오늘은 벤처기업들을 위한 사무실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한 평가였다. 10분간 사업 아이템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고, 10분간 평가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다. 30분 미리 발표 장소에 도착하여 발표내용을 연습하고, 예상질문에 대비한 답안을 외우며 발표준비를 했다.
총세분의 평가위원들은 나의 사업계획서를 미리 열심히 공부해 오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나의 발표도 매우 경청하여 듣고 계신다는 것이 느껴졌다. 진지한 평가위원들의 태도에 더욱 긴장이 되었다. 평가위원들이 나에게 했던 질문은 회사 이름과 제품의 로고가 가진 의미를 묻는 다소 부드러운 질문에서부터 사업계획서에 드러난 오점이나 약점, 보완점을 묻는 날카롭고,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결코 비난이 아니었음을 밝혀 둠 ).
"ooo(회사 이름)는 이미지 생성 AI를 다루는 회사인데, 대표님은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이 전혀 없으시네요? 대표로서 자질이 부족하신 건 아닌지요?"
"사업계획서가 지나치게 긍정적이네요. 500명의 사용자를 모을 수 있으면 정말 성공한 건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초기에 500명 진짜 가능해요?"
"구체적인 투자유치 계획은 사업계획서에 잘 드러나있지 않네요."
"현재 블로그에 생성형 AI를 이용한 이미지를 사용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파악했나요?"
평가위원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성실하게 답하였고, 실수는 곧바로 인정하였으며, 권고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말씀해 주셔서 사업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다.'라는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발표 장소를 나왔다.
'망. 했. 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분명 똑바로 야무지게 대단한 것도 있었을 텐데, 그것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직 심사위원들의 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말이 꼬이고, 버벅거리던 모습만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집에 도착할 즈음에는 '아무래도 이번에는 뽑히지 않을 것 같다'라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다다랐다. 이처럼 생각이 한없이 부정적으로 기운다는 것은 나의 자존감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표시였다. 차를 멈추고, 가까이에 보이는 한 카페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스 카페라테를 한잔 주문했다. 한 모금을 깊게 마시고는 잠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그럴 수도 있어. 이럴 때도 있는 거야. 이 또한 지나갈 거야.'
커피를 한잔 다 마실 때 즈음, 어느덧 에너지가 회복되어 있었다. 많이는 아니고, 딱 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용기를 주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양이었다.
'지금 부족한 것은 공부하고, 알아가면 돼. 보완하면 되는 거야. 지금은 초보잖아.
넉넉잡고 10년만 노력해 보면, 대표 자질이 없다'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거야. 지금은 그런 말을 들을만해.
지금 포기하면 가능성은 0%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50%나 되잖아. 이번에 입주하지 못하면, 다른 기관을 또 알아보면 돼. 용기를 내. 이 시절을 회상하면서 웃을 날이 올 거야.'
누구에게나, 신입시절과 흑역사는 있다. 그리고 어느 분야에나 '초보'시절 없이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고, 꺾이고, 깎이고, 까이면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길이 아니면 저 길이 있고, 지금이 아니면 다음 기회도 있는 법이니까.
덧붙이며: Copilot에게 물어보았다. 실망했을 때 힘이 되는 명언 다섯개만 찾아달라고..마음에 드는 명언과 함께 위로까지해주는 고마운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