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산책을 좋아한다
저녁 여덟 시다. 날이 쌀쌀해서 그런가 쓸쓸하다. 소파에 늘어져 누울까 하다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강아지는 어제도 그제도 왔던 공원에 궁금한 게 참 많다. 킁킁 컹컹 그러다 꼭 젖은 잔디 위에서 볼일을 본다. 익숙하게 봉지를 꺼내서 강아지똥을 치운다. 세상 신나게 걷고 뛰는 강아지를 보다 나도 물도 한번 보고 풀도 보고 숨도 크게 쉬어본다. 어쩌면 강아지를 키우게 된 큰 이유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우리 집은 강아지 공원이 바로 보이는 1층이었다. 모두가 조용하던 그때 창문밖으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강아지와 산책하는 걸 남편과 매일 봤다. 그러다 이름은 몰라도 각자 한 마리씩 가장 좋아하는 강아지가 생기고 그 강아지들이 산책을 나오면 서로에게 알려주기에 이르렀다. 블라인드 틈으로 성인 두 명이 눈만 내놓고 입은 덩실덩실 강아지들을 귀여워했다. 강아지와 사는 건 어떤 하루 일까? 어쩌면 고양이와의 미래에 강아지가 쓱 들어온 건 이때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유기견 센터에 강아지를 보러 간 날, 우리는 다른 강아지를 만나러 갔다. 거기서 다른 사람이 지금은 우리 집 강아지가 된 강아지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그 사람도 몰랐겠지. 우리 집 강아지는 소리가 없는 세상에 산다는 걸. 눈 밑도 발도 빨갛고 마른 강아지는 낯을 많이 가렸다. 문 앞을 서성이다 내 무릎에 와서 조용히 엉덩이를 기댔다. 엄지 검지로 그리는 동그라미 만한 온기는 내 마음의 어디를 건드렸고, 나는 다음 날 그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보러 간 날 밤 당일 배송으로 부른 강아지 침대와 간식과 용품들 그리고 유튜브로 쌓은 얇은 지식들을 제외하고 강아지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우리는 강아지와 덜컥 살게 되었다.
룸메이트 언니들의 고양이들과도 유기묘 센터고양이들과 매주 시간을 보낼 때도 몰랐다. 내 고양이 내 강아지 내 가족이 돼서 오는 촘촘하게 올린 하루들의 무게를 말이다. 밥 챙겨주고 화장실 치워주고 장난감으로 같이 놀다 위로받던 날의 듬성듬성 함은 아침에 눈뜨며 내 얼굴을 핥고 잠들 때 기대 오는 엉덩이 온기와 나에게는 그 밀도가 다르구나. 무료하게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보다가 내 얼굴 옆에 파고드는 강아지를 보면서 미안하다고 느낀다. 동시에 통통 살이 올라 포동한 온기가 또 나를 위로한다. 잠시 고민하다 산책을 가려고 문으로 걸어가 목줄을 흔든다. 저기서 강아지가 달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