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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EIN Sep 28. 2015

나를 웃게하는 리스본

따뜻한 사람들

벨렘의 석양

리스본 시람들은 마치 한국 사람같다. 적당한 오지랖도 있고, 친구가 되면 간쓸개를 다 빼줄것만 같다. 


가끔은 뻔뻔한 사람도 있지만, 굳이 거스르려하지 않고, 어우러져 흘러가는 생활.


융통성있고, 빡빡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다.


버스를 기다릴때, 줄을 서지 않는다.

하지만 정류장에서 자기보다 먼저 기다리던 사람을 기억하고, 그 사람에게 먼저 타라고 순서를 지킨다.

어른공경의 한국인인 나는, 어르신들에게 먼저 타시라고 손짓하지만, 그들은 굳이 또 순서를 지키신다.


집을 나서다 문에 손가락이 낀 나를 보며, 지나가던 할머니는 '아프겠다~' 하신다. 처음보는 사람도 알던 친구처럼 말을 건네는게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꼬메르시우 광장에서 갈메기에게 모이주는 여인


어린 남자들조차도 레이디펄스트가 몸에 베어있다. 몇걸음이나 뒤에서 오는데도,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남학생이 부지기수. 아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베란다에 나와 비둘기에게 빵을 주거나, 공원에서 새들에게 음식을 주는 사람들. 공생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컨트롤 한다는 느낌이 아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


예전에, 한국에서는 비둘기에게 모이주는 것을 금지한 적이 있다. 개체수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요즘은 또, 유기견이나 도둑고양이 문제도 심각한것 같다. 아는 언니는 노숙고양이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데, 줄이 더 늘지는 않고 단골들만 찾아온다. 흐뭇한 일상이다.


+나는 길고양이보다,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이 더 좋다. 집없는 고양이들이 얹혀 살곤하여서 사용되던 단어인데, 고양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식의 길고양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본다.


아저씨를 졸졸 따라다니는 다큰 개, 에보라(Evora)


아직 아기인지,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나에게 안긴다. 덩치도 큰 녀석이. 다행히 내가 개를 사랑하니 망정이지, 무서워하는 사람이면 기겁했을 것이다. 개줄이 없이도 주인 잘 따라다니는 강아지. 여기저기 흩어진 개똥. 밤중에 짖어도 조용한 이웃들.

골목길풍경을 자아내던 에스트레무쉬(Estremoz)



저출산, 맞벌이, 학구열, 자동차증가. 

이것이야말로 골목길 커뮤니티를 말살시킨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도 없고, 있다해도 부모님이 바쁘시니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여기저기 주차장이 된 골목길. 

골목길에서 내 아이가 공차고 노는 것을 베란다 넘어로 지켜보면서, 옆집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풍경과 정말 대조되는 지금의 우리. 문명화라는 말이 부끄럽다. 좀더 성장하면 성숙한 문명화를 이룰수 있을까.




가족애가 끈끈한 포르투갈. 갓태어난 아기를 인사시키겠다고, 바구니에 담아 들고 출근한 '남자'교수. 4살 아들의 생일파티 컨셉을 미니언즈로 받았다며, 직접 초대장을 디자인하던 또다른 '남자'교수. 

가정적이고, 가족 및 친척들과의 유대관계가 매우 끈끈하고 화목하다. 


빨래너는 아주머니와 닥스훈트,에보라(Evora)


푸근한 풍경.

매일보는 앞집개, 앞집 아주머니.

이들도 서로 익숙해져 짖지 않아도 된다.

포르투갈은 사람뿐만 아니라 개들도 어쩌면 느긋한것 같다.

낯선이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고개들고 바라보는 닥스훈트. 사람에 대한 경계가 살벌하지 않다. 


도착후 일주일도 안되서 안나부부에게 크리스마스연휴를 같이 보낼것을 초대 받았고, 약 1주일을 그들가족과 함께 보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적당히 식탁위의 빵과 과일을 먹고, 정말 내집처럼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친구 엄마는 애들 어릴 때 입던 옷이라며, 체구가 작은 나에게 맞겠다고 갈아입으라며 속옷까지 꺼내두셨다. 초면에 화장실까지 공유하고. 일본에 가있는 동안, 안나는 무슨일이 생기면 자기 동생에게 연락하라며, 항상 안부를 물었다.


전통의상을 입은 단체, 카네이션혁명 퍼레이드


우리와 비슷하게 독재로부터 민주화를 일궈낸 주역들. 젊은이들에게는 무관심의 대상으로, 이 펴레이드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상황. 아직 그 주역들이 남아서 기념하고 있다. 전통의상을 입고,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고, 잘나왔는지 확인하고 털털 웃는 아주머니들.

리스본 수로(Aqueduto) 위에서


손잡고 걷는 노커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부모자식간에도 스킨쉽을 거의 안하는 일본과는 정말 대조된다. 23살 포르투갈친구는 아빠가 아직도 볼에 뽀뽀를 한다며 찡그렸지만, 나는 그저 흐뭇하기만할 뿐이다.

생으로 짜주는 포르투갈식 오렌지쥬스


눈 마주치면 웃어주고, 뭐 필요한게 있는지 먼저 말걸어주는 외국인에 대한 태도. 

설탕없이 물탐없이, 바로 앞에서 짜준 오랜지 쥬스의 맛에 한번 반했다.

조촐한 웨딩, 토마르(Tomar)

세계문화유산인 토마르의 캐슬에서 웨딩촬영. 안나부부 웨딩사진첩을 보면, 꾸밈없고 사치스럽지 않게 담백하다. 포토샵도 없고, 과도한 설정샷도 없다. 가족, 친척,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순수한 진짜 모습만이 담겨져 있다. 기후가 좋다보니, 야외웨딩파티가 많다.

친구같은 로컬식당


집앞 식당에 종종 갔는데, 할아버지 한분만 영어가 가능하셨다. 스마트폰 번역을 이용해서 대화도 나누고, 이사갈 때에는, 무슨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주려하셨다.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손인사도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쌍둥이는 내가 알수 없는 말로, 빠져들것만 같은 눈짓으로 종알종알 말을 걸었다. 공원에선 '언니, 언니' 하며, 내 손을 잡고 걸었다. 


그리고 리스본을 떠나기전, 자주가던 공원에서, 새벽까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생각해보면 밤늦게 집에 들어간 적이 많았어도, 단 한번도 위험을 느낀적이 없었다.


굳이 계약서를 쓰지 않고, 증빙자료를 확보해두지 않아도,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남아있는 곳. 

살아있는 모든 것과 그저 어우러져 담담한 곳.


내가 살던 한국과 일본과 같지 않아서, 답답한 경험도 더러 있었지만, 지나고보니 푸근하고 좋았던 일이 훨씬 많았다. 


돌아와서 만나는 사람마다,  밝아졌다며, 잘다녀왔다고 이야기한다. 글을 정리하는 나 역시도, 어느새 미소짓고 있다. 한마디로 리스본을 표현하면, 나에게는 그리움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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