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좀 봐. 비행기가 그린 저 그림을. 정말 아름답지 않아? 오늘의 떼쥬강은 더욱 파랗지. 바람이 부는 날은 물색깔도 달라져.
예쁜 바람소리,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아침새소리에 눈을 뜬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것이다.
서울에서의 내 하루는 자동차 소리와 윗집아저씨 뒷꿈치 소리에 잠못 이루고, 덜 뜬 눈으로 가장붐비는 2호선 지옥철을 버텨야만 했다. 학원에 들렀다 오는 지하철에는 취객과 뒤섞여 피곤에 지친 퇴근인파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탁트인 하늘과 좋은 기후, 붐비지 않는 출근길, 언제나 좌석이 있는 버스안, 30여분만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바다같은 떼주강. 동네 식당 어디에서나 내어놓는 보도위의 파라솔, 그 곳에서 즐길 수 있는 50센트짜리 에스프레소. 도심에서도 반짝이는 별빛.
지중해를 낀 말라가 출신의 피카소, 예술의 도시를 일궈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처럼, 이 축복받은 환경에서는 절로 예술가가 될 것만 같다.
우리 서울의 한강도 어떤이에게는 낭만이 풀풀 묻어날텐데, 기적의 아이콘으로만 부각되는 것은 조금 아쉽다. 낭만생산소이던 달동네도 멸종위기에 처해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서울의 매력이라면 매력.
경포대에는 달이 다섯개가 뜬다고 했던가?
어떻게?
하늘에 하나, 바다에 하나, 호수에 하나, 술잔에 하나
그리고?
그대 눈동자에 하나
로맨스의 시작이군.
이외수님의 시를 빌어, 나도 모르게 시인 흉내를 내게 되던 곳.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 주던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