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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EIN Sep 27. 2015

삶을 여행처럼

Monsaraz(몬사라쉬)

나는 주로 사람사는 곳을 공부하기 때문에, 내가 사는 동네든, 멋있는 관광지이든 공부의 대상이 된다.


리스본에서 조사차원에서 근교의 캐슬을 방문했다. 

알렌떼쥬 지방에서도 스페인국경 부근의 작은 도시 '몬사라쉬(Monsaraz)'.

리스본에서 바로가는 버스가 없어, 에보라에서 숙박을 잡고, 몬사라쉬 지역에서 한번 환승하여, 산꼭대기의 몬사라쉬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산위에 웅덩웅덩 고인 강을 보고 감탄하던 찰나, 차에서 내린 할아버지가 힘든 걸음을 내딛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엄청 큰 경통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신다. 아, 나의 노년도 저런 모습이려나.


너무 예쁜 풍경에 전공선택 잘했다며 뿌듯해 하며, 주어진 2시간 남짓을 위해 서둘러 마을안으로 들어갔다. 목표도 없이 골목골목 거닐며 도면에 이것저것 기록하였다. 짧은 시간, 굴러다니는 돌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다보니, 금세 지쳐버렸다. 


여행과 조사의 중간 단계.

보통 여행을 가면, 풍경을 감상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오감으로 만끽하는데, 뭔가를 발견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이 멋진 장소를 그대로 느낄 수만은 없었다. 가끔은 여행지에서도, 여행인지 현황조사인지 구분이 안될 때가 있어, 뿌듯하기도, 피곤하기도한 애매한 시기이다.


삶이 항상 여행같을 순 없을까하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여행하는 기분처럼, 생활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생활과 연구가 구분이 안된다는 노교수님처럼, 어떻게 하면 삶을 연구로 녹여낼 수 있을까.




조금 지친 나는 입구부근의 까페에 들렀다. 화장실을 찾던 중, 아저씨는 먼저 와서 말을 걸었다. 자기는 여기에서 까페를 하고 있는데, 뭔가 필요하면 자길 찾아달라고. 


*포르투갈에서는 문앞이나 창문에 제비 장식을 많이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행운을 불러오는 새라고 여겨져, 주로 현관문에 유리로 만든 제비를 붙여놓곤 한다.


조사하면서 만났던 강아지는,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그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다가, 그 사람이 떠나면 마을 밖까지 마중을 나오고, 다른 손님을 또 받아서 들어오곤했다. 물먹는 모습이 귀여워, 아주머니께 말을 걸었다. '강아지 물그릇으로 만들었나봐요~', '네~ 앉아도 되요~'

어디에 카메라를 대도, 너무 예쁜 모습. 

방문하기 전에, 이들은 왜 가로수가 없을까 의아했는데, 와보니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끝도 없는 벌판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겐 '그린'이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몬사라쉬 심볼(약10cm). 

버스를 타고 산으로 올라오다보면, 멀리서 보이는 몬사라쉬의 스카이라인이다.

왼쪽 끝에 정문의 종탑이 있고, 오른쪽 끝에 캐슬이 자리하고 있다. 


하얀벽은 아마도, 높은 고도와 강한 햇빛때문에 적응해간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창문왼쪽에 심볼)


메인스트리트.

중앙의 길이 가장 높고, 양쪽으로 단차를 두고 길이 나 있다. 중앙의 길을 중심으로 흰벽의 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 곳은 카톨릭중심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자갈을 박아 만든 길은, 물빠짐을 위해 요리조리 모양을 내어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하늘이 너무 맑다보니, 비행기들이 만든 페인팅을 쉽게 볼수가 있다. 어떨때는 정말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쪽 골목길에는 이슬람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백색페인트를 칠한 메인스트리트와 다르게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이슬람골목. 헤콩키스타에서 밀린 그들, 카톨릭과 어우러지고 싶음인지, 창가를 하얗게 장식하였다.


성문을 나와 이어진 동네에서 본, 몬사라쉬 전경.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남은 이십여분을 강아지와 앉아있었다.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귀지는 강아지도 알아들었다. 







이곳에서 밤하늘을 본다면, 별빛이 쏟아지겠지.. 일몰과 일출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대와 함께 라면, 얼마나 황홀할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강아지와 작별인사를 하였다.

안녕, 몬사라쉬. 또보자. 그땐, 밤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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