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첫경험
서른 둘이 되면서 느낀 것은 젊음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체력적으로나 외관상으로 그리 동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조금씩 생기는 건망증과 나보다 더 잘하는 젊은 애들을 보면서 아쉬워했다.
서른 세살이 되니, 유행에 뒤쳐지면서 촌스러워지고, 이름이나 명칭을 적당히 기억하고, 일처리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피부가 칙칙해지고...
서른 넷이 되니 배가 나오고, 엉덩이가 쳐지고, 어수선해지고, 기운이 빠졌다.
이때까지만해도, 내가 이길수 없는건 젊음뿐이라며 스스로 위안삼았는데,
서른 다섯이 되니 나는 나의 '젊지 않음'을 인정하기에 이르른다.
이 과도기가 지나니 나는 관리의 대상이 되었고, 젊음을 더이상 질투하지 않게 되었다.
지인 중에 띠 동갑인 멋있는 언니가, 마흔 둘일 때 했던 말이 있다.
너희가 볼 때, 내가 멋있어 보여도, 난 백조의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엄청난 발길질을 하고 있다고.
나의 이십대는 딱히 하고 싶은 일에만 정진해도 괜찮았지만, 삼십대가 되니 그동안의 것을 유지하는데에도 노력이 든다.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하루이틀 뒤쳐지는 것이 아닌, 한달씩은 뒤쳐지는 느낌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동안 축적된 것들로 버무리고 가다듬어 정말로 나만의 것으로, 나의 스타일, 나의 분위기, 나의 노하우로 만드는 단계에 막 들어온 것이다.
40이 되면 본인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처럼, 나의 생각, 나의 마음가짐이 내 스타일로 묻어나온다.
아마도 똑똑한 여성들은 20대에 이미 깨달아버렸을 것을, 나는 너무 늦게 배운 것 같다.
그저 지나가는 계절에 아쉬워만 했을 뿐, 이제 길게 시작되는 계절이 더욱 풍요롭도록.
마음도 느긋하게 나이를 먹어야겠다.
내년 60인 엄마는 친구들과 나의 대화를 들으면, 콧방귀를 뀌신다.
엄마가 잘 쓰시는 표현.
'아이고~ 콧구멍이 두개니까 숨을 쉬지~'
하지만, 비가 오면 무릎이 쑤시는 것은 첫경험이라 나는 매우 당혹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