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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인사이드 May 07. 2019

성수연방? 핫플레이스 아니고, ‘재생공간’

성수연방, COSMO40 재생공간 투어

어느새 완연한 봄이 오긴 왔나 보다. 겨우내 집순이의 삶을 청산하고 주말마다 나갈 궁리를 하는 걸 보니 봄이 주는 설레는 기운은 감출 수 없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엔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파도타기를 시작했다.


#가볼만한곳 #핫플레이스 #힙플레이스 #분위기갑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있는 곳이 많았나…?


한옥을 카페로 개조한 익선동 식물부터 옛 인쇄소 건물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탄생시킨 성수 자그마치까지,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성수연방인 듯하다. 아이러니한 건 트렌디한 해시태그에 걸려있는 공간 모두 옛 건물이자 우리가 흔히 재생공간이라 부르는 곳이었다.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공간들은 핫플레이스이기 전에 오랜 시간 그 지역을 담아낸 낡은 공간이었다. 어쩌면 이미 철거되어 없어졌을지도 몰랐을 곳. #가볼만한곳 성수연방이 아닌 현재와 과거를 잇는 #재생공간 성수연방이 궁금해졌다.


근래 우리는 부수고 새로 짓는 게 아니라 문화 예술을 덧입힌 재생공간을 자주 봐왔다. 성수연방 역시 공업지대가 빠져나가면서 다른 요소로 채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곳은 두 건물을 잇는 다리로, 지상에서 성수연방의 모든 공간을 바라볼 수 있게 했고, 이 사이를 마치 중정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이 공간엔 작은 온실이 꾸며져 있어서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아마도 이 온실이 없었다면 성수연방에 들어오는 것을 주저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통해 성수연방을 즐기는 시발점이 되는 중요한 장소라 할 수 있다. 기둥과 발코니 역시 다리와 함께 새로 만들어진 건축 구조이지만 이질감 하나 없다.


알고 보니 건물이 지어진 1970년대 양식을 그대로 차용해 기존 건물의 분위기와 공간감을 고스란히 살리려는 노력이었다고.


그저 폐공장에 지나지 않던 공간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물리적인 변화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성수연방이 재생공간으로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이 공간 안에 담긴 리테일과 성수라는 지역성에 있다. 그저 상업시설이 입점해 있는 게 아니라 입점한 브랜드의 생산 공장을 들임으로써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발생하는 공간인 것. 재생건축 내 생산기지를 통해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높였고, 준공업지대인 성수의 지역성을 지금의 시대에 맞게 이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띵굴스토어, 아크앤북 등 독립된 취향을 보여내는 리테일이 한데 모여 이 같은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으로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도시의 건축 트렌드로 자리잡은 글라스 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에어컨이나 난방 등 에너지를 끊임 없이 써야한다.

이처럼 허무는 것 대신 지나온 과거와 오늘날의 가치가 공존하는 것을 택한 재생공간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축적된 시간에 의해 만들어진 요소들이 공간을 더욱 트렌디하게 보여내면서 말이다. 환경적으로도 재생공간은 우리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건축할 때 발생하는 탄소 에너지는 자동차, 석탄 에너지와 더불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신축을 위해 자재를 수송할 때부터 석탄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철거할 땐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그만큼의 탄소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건물을 재활용한다는 건 새로운 자재가 들어가지 않고, 철거할 때보다 폐기물도 적게 나와 환경 보호에 ‘작은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바로 ‘작은 기여’라는 점이다. 이는 재생공간이 꼭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방증일 수도 있다. 사실 재생공간을 만들 때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트렌디한 공간으로 보여내는 게 우선시되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예를 들어 열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건축 요소 중 하나가 전면 유리이지만 심미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재생공간에서 사용하고 있다. 




공간을 남겨놓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 안을 사회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어떻게 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채워 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다시 던져졌다.



핫플레이스가 된 재생공간,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얼마 전 네덜란드를 다녀왔을 때 무척 인상 깊었던 곳, 더 퀴블(De ceuvel)이 떠올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쪽에 위치한 이곳은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군용 비행기 생산공장, 조선소 등이 있던 산업시설지구였다.


함께 만드는 깨끗한 도시, 더 퀴블


조선소가 폐쇄되고 공장들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고 설상가상 산업시설이 배출한 폐기물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시에서는 예술가 및 스타트업 기업에게 임대료 없이 공간을 빌려주며 그 공간을 재생하는 데 필요한 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땅을 정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미 폐허가 다름없는 공간은 이들의 입주로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그들은 곳곳에 식물을 심었으며, 땅을 정화하는 과정을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친환경 에너지 체험시설까지 만들었다. 오염지대이자 개발할 수 없던 땅은 이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더 퀴블은 공간을 새롭게 리뉴얼했다는 의미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역 커뮤니티의 새로운 모델을 형성하고, 환경까지 개선시키면서 재생공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 이르렀다.


더 퀴블을 비롯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러 재생공간은 버려진 땅에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을 불어넣었다. 지역에 축적된 인적, 문화적 자산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중심엔 이제 재생공간이 있는 것이다. 이젠 한 발짝 더 나아가 인간과 환경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생각이 채워져야 할 차례다. 그저 하나의 트렌드로써 가볼만한 곳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이자 우리 다음 세대까지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지 않을까.



재생공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시작으로 환경보호와 도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내는 장으로 거듭날 때, 다시 살아난다는 재생(再生)의 의미는 진짜 완성될 것이다.





그냥 핫플레이스가 아닙니다! 우리가 성수연방에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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