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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인사이드 Jul 13. 2019

채집의 기쁨, 현실판 리틀 포레스트

최연소 농부자매 이야기




인스타그램을 로긴하여 팔로어들의 피드를 살피고, 해시태그 검색을 시작한다. #맛집 #JMTGR #핫플 

트렌디한 장소, 트렌디한 레스토랑, 트렌디한 식재료를 탐험하듯 찾아 헤매이는 건 나의 하루 일과다. 검색어의 바다 속을 헤매이다가 미국의 섹시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의 비건 라이프에 꽂히고 말았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이나 과일, 채소가 너무 많아요.
제 몸을 들어오는 모든 것들은 살아있어요.
그를 통해 저 또한 살아 숨쉬죠!
이런 삶을 사랑해요!



비건 활동가의 삶을 살기로 선언한 마일리 사이러스의 명언과도 같은 이 문장을 곱씹고 있자니, 먹을 것이 넘쳐나는 지금 시대에 굳이 죽은 동물까지 먹지 않겠다는 채식주의에서부터 저탄고지, 케토제닉 등 '잘'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민하다 보니 조금 더 새롭고, 조금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아스파라거스, 취나물, 아티초크, 그린빈스 같이 지구 반대편에서 바다 건너온 것들은 단번에 알아차리면서도 취나물과 시금치의 모양은 도무지 구분할 수 없었던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사건(!)이 있었다. 건강하게 먹고 사는 법, 지속 가능한 식재료에 대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을 때, 어느 젊은 농부 자매가 눈에 들어온 것. 경기도 하남 집 근처 산자락과 밭에서 우리들에게 다소 생소한 '들풀'을 채집하고 기르는 열 여섯, 스물 세 살의 젊은 농부 자매 김진은, 진원 씨다. 



채집의 기쁨

현실판 리틀 포레스트


6월의 어느 날, 운이 좋게도 그녀들과 마주 앉았다. 그녀들의 삶은 그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최연소 농부자매 김진은, 진원 자매


끼니마다 차려야 할 것이 있으면 문 열고 마당으로 나와 필요한 것을 뜯어 바로 조리해 차려 먹는 삶. 처음엔 이들 스스로도 농부라는 생각이 특별히 들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귀농을 한 친오빠가 농사를 지으면 진은, 진원 자매는 곁에서 놀며 도우며 밭에서 나는 풀 뜯어 효소를 담그고, 꽃 뜯어 차를 만들곤 했다. 이러한 삶이 이어지다 보니, '이렇게 자연을 대하는 것이 농부의 삶이구나'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별세계와 같은 삶이 자매에겐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일 뿐이었던 것!


"직접 키운 농산물을 가지고 요리를 해서 먹다가

'얘는 이런 맛이 나네?' 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재미있고 보람돼요."


집 앞 마당에서 매일 새롭고 다양한 맛을 찾아내는 그녀들은 많은 이들에게 로컬의 매력을 전하는 셰프이기도 하다. 진은, 진원 씨는 상생상회라는 곳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요리 수업을 하곤 하는데, 최근에는 토종 종자로 하는 요리를 시연했다.


그녀들이 정성스레 만들어준 '들풀 주먹밥'
집 앞 마당에서 나는 들풀, 토종쌀, 직접 담근 양념장들로 만들어주었는데, 신세계를 맛보았다..!


쌀, 밀, 콩, 팥 등의 곡물류와 채소 등 토종 농사를 짓는 황진웅 농부의 재료와 자매가 기른 재료들을 사용해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학교 급식 메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지역 농산물과 그들이 기른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한다는 건, 얼마나 유의미한 일인가! 이렇게 가치 있는 일들을 10대 20대의 젊은 농부 자매가 해내고 있으니,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알고 먹는 것, 그 온전한 기쁨


그동안 '알고 먹기' 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집착했던 나.

이제는 그보다 내가 지금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고, 다채로운 로컬 푸드를 소비하는 일이 나의 일상을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깊이 느끼고 있다. 내가 만난 그녀들이 나의 생각을 변화시켰고, 그 생각이 내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으니,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해진다면 한 차원 더 나아간 미식을 경험할 수 있을거란 믿음이 생겼다. 내가 시작하는 작은 노력 하나가 나와 내 주위, 나아가 지구까지 생각하는 멋진 행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쁘고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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