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는 참 예쁘구나 Jan 12. 2016

오늘의 시작

남자의 만남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합니다.

쓴 걸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우유와 달콤한 코코아에 환장합니다.

저는 달달한 맛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그런 제가 요즘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를 매일 아침 보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직업은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입니다.

그녀는 저의 회사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서 일을 합니다.

아담한 사이즈의 커피전문점이지만 꽤나 많은 손님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카페에서는 매일 오전마다 에그 머핀과 드립 커피를 파는데 매일 다른 원두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맛과 향이 요일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물론, 매일 마셔도 저는 구분을 하지 못합니다. 

저에게 있어 커피는 오로지 쓴 맛만 나는 물이기 때문입니다.

쓴 맛을 지우고자 저는 그녀 몰래 우유를 가득 따라 넣습니다.


이렇게 커피를 싫어하는 제가 매일 그 카페를 찾아갑니다.

그녀를 보기 위함입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가끔 주말에 찾아가기도 하지만) 항상 그 카페에 들러 그녀를 만나는 데, 

그녀는 볼 때마다 어제보다 더 예쁘기만 합니다.

그래서 단골이 된 이후부터는 저도 모르게 주문을 하며 자꾸 장난을 걸게 됩니다.


한 번은 주문도 하지 않고 넋을 놓은 채 그녀를 보다가

그녀의 계속된 부름에 순간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움이 밀려와 괜스레  그녀에게 눈곱이 꼈다며 무안을 주기도 했습니다.

당황하던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실실 웃고 있다가 

손거울로 얼굴을 확인한 후 다시 주문을 받는 그녀의 볼 가까이에 손을 데고서는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제 손이 그녀의 볼에 푹 들어가게끔 찔렀습니다.

놀란 눈으로 저를 쳐다보다가 장난기 어린 제 웃음을 보았는지

이내 웃으며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

오늘 하루도 참 행복한 시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소도 참 아름다운 그녀.

제가 사랑하는 그녀입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가 더 특별한 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뜻밖의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도 그녀 몰래 커피에 우유를  왕창 넣느라고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언제 제 뒤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어느새 와서는 제 등을 두 손으로 치고 도망갔습니다.

순간 놀라서 우유를 엎은 채로 그녀를 쳐다보았습니다.

제 두 눈이 커지고 어깨가 움찔거렸습니다.

이해되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무슨 의미였을까?

그녀도 나를?

아님 내가 오늘 했던 행동에 화가 났던 걸까?

아니 왜?

도대체 왜?

뭐지?


그리고 이내 그녀의 장난기 어린 웃음에 저도 모르게 활짝 웃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스치고 간 손의 느낌이 살짝 아린 듯 남아있었습니다.

이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도록 설레어왔습니다.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녀가 빠르게 도망쳐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내내 저도 모른 채 실실 웃음이 났습니다. 


꿈같은 나날이 펼쳐질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녀도 저를 좋아할 거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행복한 상상을 조금 해보았습니다.

앞으로 계속 그녀와 이렇게 알콩달콩 이야길 나누다 친해지고 

또 그렇게 더 가까워지고 그러다 이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그런 날들을.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합니다.

쓴 걸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를 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따뜻한 커피가 오늘은 유난히 달달하게도 느껴집니다.

커피를 알아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또한 제 사랑에 대한 확신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하루,

확실히 어제보다 더 기분 좋은 시작입니다. 


사진출처: 히죽히죽G

작가의 이전글 당신도 모르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