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는 참 예쁘구나 Dec 07. 2015

청개구리가 우는 법

후회

개구리는 항상 반대로 행동했다.

엄마의 조언과 당부를 듣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엄마가 뭘 알겠어. 내가 엄마보다 아는 게 더 많은데?'

세상의 중심에 선 자만이, 그리고 어린 마음이,

청개구리에겐 그게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여전히 벽을 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던 이십 대의 어느 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한 채 가족의 안부조차도 등한시했던 그런 날.

청개구리 자신의 인생에 엄마가 전혀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런 철없던 날.

연락을 받게 되었다.

'엄마가 위독하셔.'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한 청개구리는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아니, 당황스러웠다.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일.

세상의 중심에 서있다고 생각했던 청개구리는 한순간에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을 맛보았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고, 장난이라 믿고 싶었으며,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에게 또 한 번 거짓이라며 떼쓰고 싶었다.

하지만 청개구리의 바람과는 달리 엄마는 편지 한 장만 남겨둔 채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청개구리에게,

엄마가 너에게 참 많은 걸 해주고 싶었는 데 그러지 못하고 오히려 너를 매일 힘들게 한 것 같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이 모진 세상, 혼자 힘으로 고군분투하며 사는 너를 보며 이 엄마는 항상 네가 자랑스러웠단다.

열심히 살고 있는 너를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때로는 쉴 수 있는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주면서 오래오래 살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한 가지 알아줬으면 한다.

엄마가 우리 청개구리를 많이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거.

그거 하나 잊지 말아줘. 많이 사랑한다.

엄마가.'


삐뚤삐뚤하게 쓰여 있는 편지.

청개구리는 그 편지를 껴안고는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편지 속 그녀의 글씨를 보며 청개구리는 알아버렸다.

그녀의 고통이 얼마만큼 이었는지, 그녀의 힘과 정신이 얼마만큼 이었는 지,

그리고 이 편지를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을 지.


분명 청개구리가 기억하는 그녀의 글씨는 예쁘고 정갈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글씨를 쓸 때마다 청개구리에게 매번 자랑을 했었다.

'엄마가 초등학교 때는 글씨를 잘 써서 매 학년 서기를 했었단다.  그때는 선생님들이 다들 내 글씨를 보며 칭찬을 해주곤 하셨지.'

어렸을 적 청개구리도 항상 엄마의 글씨를 사람들에게  자랑했더랬다.

그런 엄마의 마지막 편지 속 글씨가 예쁘고 정갈하지 못했다. 

그 고통이 청개구리 자신에게 돌아왔다.


'엄마,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청개구리는 울었다.  

하늘도 우중충하고, 바람도 거세게 불며,

굵고 센 빗방울이 떨어지는 그런 날이었다.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야 깨달아 버렸다.

돌아오지 못할 시간을 건너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미 늦은 것에 대해,

그리고  더욱더  간절해지는 것에 대해서...

'후회'였다. 우리는 그것을 늦어버린 후회라 말하였.



* 이 이야기는 청개구리 동화를 모티브로 만들어낸 자작 소설입니다. ^^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말하지 않으면 절대로 전해지지 않는 게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마음껏 전하고 사랑하시길 바랄게요. 뿅.


사진출처: 히죽히죽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