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깨어서 오늘을 맞이합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 속에 출렁이는 바다를 띄워놓고, 그곳을 꿈꿉니다. 바람과 햇살과 파도...
이 아침을 다짐하며, 어제는 9시에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평소 수면 시간을 계산한 시도였습니다. 예상은 맞았습니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지만, 이내 저절로 눈이 떠졌으니까요. 그래서 계획보다 15분이 늦긴 했습니다.
어젯밤, 9시에 누워 이른 잠을 청하기 위해서 오디오북을 이용했습니다. 취침모드 30분에 맞추어 두었는데 다행히 30분 안에 잠이 든 모양입니다.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은 것만도 큰 변화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조금 뿌듯합니다. 한 뼘 더 내 몸과 마음이 정돈된 느낌입니다.
마흔아홉 살, -나는 예전 한국 나이가 좋습니다. 일부러 빼지 않아도 되는 것이 내게는 익숙합니다- 언젠가부터 서서히 생활이 단조로워졌습니다. 그것이 나이 듦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통 바깥으로 발산되던 에너지가 내 안을 향하기 시작한 것일 겁니다. 말과 행동을 조심하기보다 마음을 먼저 조심하게 된다고 할까요. 말 한마디, 발걸음 하나 내디딜 때조차도 한 템포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런 나이가 되어 감사합니다. 바쁘지 않고 쫓기지 않아 좋습니다. 20대 혹은 30대에 충만했던 욕망이 사그라들고 재만 남은 느낌이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누군가 들으면 죽음을 앞둔 노인네 같은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 모습이 '나'인 것을요. 어렸을 때부터 '애늙은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긴 합니다.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느린 생활, 그 속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첫발을 뗐습니다. 물론 얼마나 갈지는 나도 모릅니다. 이 또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