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읽은 해였습니다.
책으로 일도 하고, 책으로 도망치기도 하고, 책에서 힘을 얻기도 했어요.
새해 목표가 올해처럼 부지런히 읽자,일 정도로 좋은 독서를 했기 때문에 잘 기록하고 건너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브런치를.
올해는 144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또 읽고 싶다고 생각한,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린 책을 추려보니 48권이나 되었습니다.
이건 마치 48번을 다시 태어난 것이나 다름 없겠죠.
그만큼의 행운이 제게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은 것은 존경하고,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읽은 책들입니다.
무려 엘렌 식수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와 제발트를 읽었는데요.
덕분에 다른 독서를 할 때도 훨씬 많은 것들을 흡수하게 된 느낌이에요.
달리 말하면 그전까지의 제 독서가 좁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다시 말하면 덕분에 독서 세계가 엄청나게 확장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결코 혼자 읽었다면 가지 못할 세계였기 때문에 이것은 자랑입니다, 제게.
앨리 스미스의 계절 4부작도 멋진 동료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네 작품이 다 저마다의 의미로 좋아서 다시 읽고 싶어지는데요.
지금 문득 든 생각은, 내년이 되면 네 절기에(입춘, 입하, 입추, 입동) 그 계절의 작품을 다시 꺼내서 보면 좋겠다,예요. 멋진 생각이죠.
그 외에 여기에 기록하고 싶은 책들은 이래요.
『어둠 속의 항해』(진 리스, 창비)
『전사들의 노래』(홍은전, 오월의봄)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양재화, 어떤책)
『여성, 인종, 계급』(앤젤라 데이비스, 아르테)
『자미』(오드리 로드, 디플롯)
『충실한 마음』(델핀 드 비강, 레모)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김진희, 박소영, 오규상, 이재임, 최현숙, 홍수경, 홍혜은, 후마니타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신다은, 한겨레출판)
『나는 동물』(홍은전, 봄날의책)
『목구멍 속의 유령』(데리언 니 그리파, 을유문화사)
『사람을 목격한 사람』(고병권, 사계절)
『숄』(신시아 오직, 문학과지성사)
여성, 장애인, 홈리스, 구조적 폭력, 전쟁, 제노사이드 같은 키워드로 묶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나 저의 관심사가 드러나는 목록이라 정리하고 보니 민망하기도 한데, 그래도 저는 이 목록을 들고 다니면서 함께 읽자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니까요. 챙겨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몹시, 모옵시 좋아한 책도. 아래에.
절망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책들이 절망할 수 있지만 절망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이 책들이 없었다면 2023년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남았을 거예요. 비록 내용들을 죄 까먹고(자주 있는 일입니다), 다시 꺼내들지 못하더라도(이것도 자주) 이 책들을 읽은 시간은 저의 어딘가에 남아서 오래도록 저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을 거라 믿어요.
그리고 내년이면 또 새 책들을 만나겠죠. 그것이 이순간 커다란 위안이 됩니다.
모두 계신 곳에서 위안을 찾으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