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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토타입L Jan 02. 2022

Worlds in motion

年記2020

일상생활 중에 팔을 움직일때마다 태엽이 감기는 시계가 갖고 싶었는데 어휴, 안 사길 잘했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기차나 자동차, 비행기 대신 정보통신기술에 의지한 한 해였다. 인터넷 만세, 줌 만세.


화면 속에서 내 배경이 되는 벽에 새로운 그림을 걸었다. 천장까지 닿는 커다란 책장이나 실내 정원이었다면 더 뿌듯했겠지만... 그림은 Mallard라는 기차가 커다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장면으로 최고속도를 경신한 날이었다고 쓰여있다. 증기기관차를 처음 본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을 상상해보곤 한다. 내가 사는 동안에도 그렇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기한 물건을 마주할 날이 올까. 꼭 지구에서가 아니라도 말이다.


직접 가지 못하는 대신 바람을 매개로 교감하는 식물처럼, 사람들은 각자의 집에서 얼굴과 목소리를 문과인 나는 기술하기 곤란한 방식을 통해 전송했다. 그런식으로 만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졸업앨범 어디에서 본 얼굴처럼 쉽게 잊혀졌다. 나무는 한 자리를 오래 지키며 뿌리를 내리고 무성하게 자란다지만, 그렇게해서 잎을 내고 꽃을 피운 사람은 없다.


우리 몸은 움직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돌아다니면서 나무의 앞모습을 보고 옆모습, 뒷모습도 보도록, 회의 시간에 늦으면 뛰어가고,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아는채 하도록. 또한 어느 한곳에 머물렀다가도 뿌리를 다 걷어내어 멀리 떠나며, 더욱 멀리 가기 위해 기차와 비행기를 만들고, Falcon 9을 만들었다.


우리의 움직임이나 노력없이도 시간은 성실하게 흐르고 마침내 새해의 첫날이 도착했다. 바깥으로 나가 납작한 화면으로만 보던 얼굴들이 팔과 다리도 움직이는 걸 보게될 날이 금방 올 것만 같다. 그때까지 모두 안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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