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is Jan 17. 2021

어떻게든 씁시다

작가는 거들뿐

웹소설의 완결은 대략 200화 내외에서 이루어집니다.

꼭 200화까지 써야 한다는 규칙은 없지만 완결된 상태로 다른 플랫폼에서 작품이 연재될 때, 200화 이상의 작품을 독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편수가 짧으면 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하루에 매일 글을 쓴다는 가정하에 200화를 쓰려면 대략 6~7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누가 기획도 없이 곧바로 글을 쓰겠습니까.

신작을 준비하는데 1개월 정도의, 때로는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죠.

완결이 나면 약간의 휴식 시간도 필요할 테고요.

그러니 웹소설 작가가 1년에 쓸 수 있는 양은 고작 1질에서 많아야 2질 사이입니다.


매일 5천 자 이상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입니다.

처음에야 막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50화가 넘어가면 그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매일, 최소 반년 이상을, 꾸준히 글을 써야 합니다.

하루를 쉬면 다음 날이나 주말에 2배로 고생해야 하니까요.

하필 이번 주가 그랬습니다.

일이 있어서 두 번이나 야근을 해야 했죠.

그래서 토요일에 2화를, 일요일에 2화를 써야만 했습니다.

힘들죠.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하나 싶기도 합니다.


징징거리려고 오늘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의 문서 파일에 겁이 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글자 수는 0.

어서 이 공간을 채우라는 듯 언더바만 깜빡거리죠.

그런데 글을 또 쓰다 보면 이야기가 죽죽 진행됩니다.

신기하죠?

막 디테일하게 신경 써서 시놉시스를 짠 것도 아닌데 글이 나옵니다.

그렇게 막 쓰다 보면 어느새 글자 수가 5천을 넘어 6천에 도달합니다.

스스로도 신기합니다.


저는 그게 캐릭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50화 이전에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체는 분명 작가입니다.

여러 가지 설정과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풀죠.

그런데 50화가 넘어서면 그동안 만들어왔던 캐릭터들이 어느 순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나라면 이때 이런 말을 하겠지, 이런 행동을 하겠지.

그리고 이야기에 살이 더해집니다.

작가는 거들 뿐이죠.


그렇다고 아, 이거 진짜 쉽네 이런 이야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5천 자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하고, 글을 쓰는 물리적 시간과 함께 취미생활 등 다른 일은 포기해야만 합니다.

다만 어떻게든 글이 쓰이는구나, 흘러가는구나 하는 경험이 신기하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뭐 어떻게든 씁시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