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는 하지 말자
누가 뭐래도 2020년은 코로나가 전 세계를 지배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한편으로는 혜택을 받은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웹소설 분야가 그렇습니다.
많은 이들이 집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는 사이 여가생활의 축이 스포츠나 여행과 같은 야외활동에서 게임이나 웹툰, 웹소설처럼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실내활동으로 이동하였으니까요.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웹소설 시장의 성장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4년 200억 원 규모에서 2017년 2,700억 원으로 3년 사이 13.5배가량 증가하였죠.
이런 폭발적인 성장 덕에 웹소설 플랫폼 역시 크게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문피아의 경우 2014년 50억 원에서 2019년에는 350억 원으로 7배가량 성장하였고, 조아라는 2000년 출범 당시 연 매출이 1,000만 원 미만이었으나, 2018년에는 175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였습니다.
웹소설 시장으로 돈이 모이고 있다는 이야기죠.
이런 성장에 힘입어 최근 웹소설 업계에서는 엄청난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맙니다.
네이버가 전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6,533억 원에 인수한 사건 말이에요.
왓패드의 이용자 수만 무려 9,000만 명 수준입니다.
콘텐츠의 원천 IP인 웹소설, 그러니까 스토리의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느낌인데요.(원래도 중요했지만, 올해는 끝장을 보겠다는 느낌이랄까요.)
이를 통해 웹툰, 드라마, 영화 등 IP 확장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왓패드 인수를 비롯하여 타파스미디어, 래디시 등 해외 웹소설 플랫폼에 대한 국내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내 작품의 해외 유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현재 국내 시장과 마찬가지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 인권 상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들은 하루 평균 9.8시간 일하고, 월 180만 원 가량을 벌고 있습니다.
뉴스에 등장하는 억대 연봉을 받는 작가는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하죠.
(물론 그 전체적인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작가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오히려 줄어들고 있죠.)
이는 현재 웹소설 시장이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작가의 수만 20만 명.
새로 진입하려는 작가와 작품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에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살벌한 수준입니다.
작가와 작품 수만 많은 게 아닙니다.
각 플랫폼의 랭킹 순위에 들거나 프로모션에 걸리지 않으면 노출이 어렵죠.
현재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쓴 이미예 작가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해당 작품이 잘 될 거라는 걸 예상했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전혀. 처음에는 ‘문피아’에 웹 소설을 연재했다. 10여 편 올렸는데 가장 많은 조회 수가 ’15′였다. 댓글도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 3D 프린터를 구입해, 쿠키 틀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파는 사업을 내 오피스텔에서 시작했다. 텀블벅 펀딩은 책 만들어 내 책장에라도 꽂으려고 했다.
그러니까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노출이 없으면 흥행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제가 저 작품을 읽어본 게 아니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웹소설 문법을 따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요)
결국 해외 시장에 번역되어 나가는 작품들 대다수는 국내에서 흥행한 작품들 위주로 선정될 겁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검증된 작품들 위주로 유통이 이뤄지는 것이죠.
물론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은 그 분위기나 선호도, 취향, 문화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꼭 국내에서 최상위권 작품들만이 노출되는 건 아닐 겁니다.
조금 더 다양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순위 안에 들지도 못하는 작품을 유통하려는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겠죠.
작가나 독자가 알음알음 루트를 개척하여 대박이 나는 작품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무척 드문 일일테고요.
오히려 다른 국가의 작품들이 한국에도 유통되면서 그들과의 경쟁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상당히 많은 중국 작품들이 국내에 들어와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옆 동네인 게임 업계만 봐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게임 업계에서는 주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중국이 한국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미 중국의 게임이 한국을 따라잡고 저 멀리 앞서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많은 웹소설 작가들. 그리고 웹소설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현재 자기 수입의 2배만큼 웹소설로 수익을 버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요.
현재 작품이 잘 되더라도 다음 작품 역시 그렇게 잘 될 거라는 보장은 없고, 언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게 어려우니까 말입니다.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노출되어 독자에게 보이는 공간은 바늘구멍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국내든 해외든.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떡고물을 기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냥 계속 쓸 뿐이죠.
그럼 적어도 실망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오늘도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