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초반에 어느 정도 독자를 몰입시키냐가 흥행의 분수령
오랜만입니다.
간만에 글을 쓰네요.
저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네. 회사를 그만두고 웹소설만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어느덧 5질째네요.
오늘은 요즘 제가 즐겨하는 게임과 관련하여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갑자기 왠 브런치 글이냐고요?
오늘은 웹소설 글이 잘 안 써져서요.
매일같이 여러개의 글을 써야한다는 건 참 고역스러운 일입니다.
제가 요즘 즐기는 게임은 3가지입니다.
메멘토 모리와 무기미도. 그리고 NIKKE입니다.
모두 모바일 게임으로 나온 콘텐츠죠.
국적도 모두 다양합니다.
메멘토 모리는 일본. 무기미도는 중국. 마지막으로 NIKKE는 1세대 게임 원화가로 유명한 김형태 대표의 SHIFT UP에서 만든 국산 게임입니다.
아무튼 게임을 하면서도 많은 점을 느낍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게임 초반의 설정과 스토리는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저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지 못하면 금방 이탈하죠.
그래서 초반에 보여주는 스토리를 스킵하지 못하게 하거나 강제로 발동되는 이벤트가 많습니다.
이러이러한 세계관의 게임이다, 이런 내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아무튼 세 게임 모두 초반 스토리가 나쁘지 않습니다.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를 제공하죠.
웹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문피아 기준으로 50화 내외에서 유료화가 진행됩니다.
그때까지는 미친 듯이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이어가라는 팁이 많은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50화까지 밋밋하다? 독자들이 유료화를 따라와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웹소설에서는 보통 초반 유입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나중에 뜨는 작품은 거의 없죠.(물론 있기야 합니다마는 극소수입니다)
유료화를 갈 때 얼마만큼의 전환율(무료 마지막 회를 읽은 독자가 유료 첫날 얼마만큼 따라오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을 기록했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성적이 달라집니다.
보통 뒤로 갈수록 처음 유료화에 따라붙은 독자들이 차츰 떨어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100화까지 유료화 독자의 절반만 따라붙어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죠.
그러니 초반에는 과감하게 밀어붙여야만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극 초반에 작품의 세계관을 모두 보여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웹소설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100화까지는 서사가 독자의 눈을 붙잡는다면 100화 이후부터는 캐릭터가 독자를 붙잡는 힘이라고.
네. 100화가 넘어가면 사실 이전까지 등장했던 패턴의 반복입니다.
매일 연재되는 웹소설의 특성상 참신하고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지쳐있는 시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때부터 캐릭터의 힘이 중요해집니다.
캐릭터가 개성있고 매력적일수록.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할수록. 사람들이 소설에 몰입하며 이야기를 계속해서 읽어나갑니다.
작가가 새로운 사건을 구성하지 않아도, 캐릭터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스스로 사건을 일으키고, 행동하기 시작하죠.
그런 점에서 3가지 게임 모두 캐릭터를 잘 살렸습니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며 하나하나 개인적인 서사를 부여하여 캐릭터에 애착을 갖도록 만듭니다.
오래전 왕좌의 게임 1화를 보고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마구잡이로 죽어 나가고, 살색의 향연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눈을 떼지 못했죠.
웹소설에서도 이처럼 초반엔 자극적인 내용과 높은 수위의 연출이 많습니다.
밋밋하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영화와 드라마는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1% 상황만을 보여주는 거라고.
일상이나 마찬가지인 99%의 사건에 대다수 사람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면서 말입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너무 잔인하거나 선정적이면 심사에서 걸릴 테니 적절한 조율은 작가의 몫입니다.
제가 언급한 3 게임도 꽤나 선정적인 묘사가 많습니다.
게임을 하는 대다수의 유저가 남성이기도 하고, 그래야 시선을 게임 안에 잡아놓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기도 합니다만 결국 대중작가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만 하는 거 아닐까요?
아무튼 밋밋하고 평범한 내용은 바쁜 독자들의 발을 잡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힐링물에서도 말이죠.
요즘은 방치형 게임이 대세입니다.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니까 게임에 몰입할 시간도 적고, 너무 복잡한 건 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3게임 모두 일종의 방치형 게임입니다.
이게 요즘 트렌드거든요.
그런 점에서 웹소설에서도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나 소재를 잘 활용하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만큼 관심 있고 많이 팔리는 콘텐츠라는 뜻이니까요.
조금 비틀어보자면 클리세를 적절히 활용하는 건 필수입니다.
클리세라는 건 신선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마 그것이 결국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본질이랄까, 가장 좋아하는 요소라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3게임 모두 어딘가에서 볼법한 소재와 콘텐츠를 다양하게 믹스매치해서 게임이 전개됩니다.
90%의 익숙함에 10%의 참신함을 추가한 거죠.
메멘토 모리는 LIVE 2D의 매력과 BGM을 극한으로 끌어올렸고, 무기미도는 실시간 게임에 턴제의 요소를 적절히 버무렸으며, NIKKE는 백뷰(BackView)를 활용한 참신한(?) 전투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요소는 어딘가에서 분명 보았던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웹소설에서도 참신함은 10%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 이상이 되면 독자들도 이게 뭔가 싶거든요.
3 게임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벌써 많은 유저가 이탈하고 있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비판도 많고, 욕도 많이 먹고 있죠.
사실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이고, 웹소설 또한 그렇습니다. 아니 모든 콘텐츠가 다 그렇죠.
앞서 이야기했듯이 유료 연재 첫날 얼마만큼의 전환율을 기록했느냐에 따라 이후부터는 내리막길을 걷게 되거든요. 그게 급하강이든 완만한 하강이든 어찌 되었건 높아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러니 초반 무료 연재 때 얼마만큼의 충성 독자를 모았느냐가 향후 유료화의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이후부터는 해당 콘텐츠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이 남아 끝까지 관심을 둘 테니 말입니다.
계속해서 독자가 떨어져 나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1일 연재의 함정이기도 하고, 웹소설의 한계이기도 하니까요.
(웹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 하나의 작품으로 승부를 본다는 겁니다. 하루에 매일 한 편씩 나오는 연재형 작품이 아니죠. 영화는 웹소설보다는 출판 소설에 더 가깝습니다.)
아주아주 극소수의 대작들은 오히려 갈수록 독자들이 늘거나, 몇몇 역주행에 성공하는 작품들이 있지만 저희가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는 아닐 테니까요.
그건 운발에 맞기도록 합시다.
노리고 대작이 되는 경우는 제아무리 대단한 기성작가라고 해도 단언컨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브런치를 방치해두었습니다.
글 쓴다고 바쁘기도 했고, 웹소설 작가들이 왜 그다지도 자신의 실명과 생활을 밝히지 않는지 조금은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웹소설 작가의 익명성에 대해 한번 글을 써볼까 합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