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23. -과정
2015년 6월 23일
-과정
코복아 엄마가 오늘 조금 힘들어.
아기처럼 으앙으앙 울었어.
너를 이 세상에 편안하게 나오게 해 줄 의사 선생님을 찾기 위해 엄마랑 아빠가 인터넷 속을 얼마나 뒤졌는지 몰라.
좋은 선생님이 우리 코복이 첫 의사 선생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데 그걸 찾다 보니 엄마가 덜컥 겁이 났어.
세상에 출산이라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어.
그리고 그 두려운 일이 다름 아닌 나한테 9달 뒤에 틀림없이 일어날 거라는 사실은 두려움보다 더 두려웠지.
병원을 다니면서 해야 하는 수없이 많은 검사들. 그리고 그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맘 졸여야 하는 시간들.
사실 엄마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어. 널 품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 병원에 가지 않았거든. 다들 주변에서 6주 되고 가야 아기집도 보고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 빨리 가봐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래서 기다리고 있어.
지금 이 기다림의 시간이 어찌나 힘든지.
조금만 걸어도 너에게 안 좋은 것은 아닌지 내 배가 우리 코복이가 살기에 적당한 곳인지, 혹시 불편한 것이 있진 않은지 빨리 병원에 가서 확인하고 싶어서 말이야.
병원에 의사 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
여자 산부인과 선생님께 진료는 받아보았지만 남자 선생님한테는 한 번도 진료받아본 적 없는데 아무래도 산과는 남자 선생님이 잘 보고 아기도 잘 받는다 해서 남자 선생님을 알아보고 있는데 엄마도 여자이다 보니 그게 걱정스럽긴 해.
모르는 남자한테 여자의 속을 보여준다는 것이 수치스럽고 두려워.
아기를 낳을 땐 정말 굴욕적인 일을 많이 당해야 한다고 들었어. 그것도 벌써부터 걱정이야. 엄마도 여자니까. 더군다나 엄마는 아주 수줍음이 많은 여자거든.
아기가 잘 태어나줄까? 진통은 얼마나 할까? 많이 아플까?
울 아가가 무엇보다 건강하게 태야 나야 할 텐데.
널 낳고 수유며 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음부가 잘 아물까? 젖몸살은 하지 않을까?
엄마가 다니려는 병원은 몇 해전에 새로 증축해서 다른 곳보다 좀 더 비싸다는데 돈이 얼마나 들까? 입원실은 일인실이 좋은데 다인실로 가야 하나? 분만실은 가족 분만실에서 할까? 아니면 그냥 분만실에서 낳을까? 나는 자연분만할 수 있을까?
이래저래 무섭고 수치스럽고 걱정되고
선택은 계속되고 기다림은 길고.
이 모든 게 힘들고 네 아빠가 미워지고 그랬지.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어.
모르고 겪으면 다 자연스레 겪을 일인데 그렇지?
엄마가 겁이 많아.
코복아 네가 엄마에게 힘을 줘. 엄마 잘할 수 있게.
남은 9달 동안 잘 해나가게.
네 아빠 형규가 어제 엄마를 꼭 안아주면서 미안하다고도 말해주고, 잘할 수 있다고도 말해주고, 잘해줄 수 있다고도 말해주고, 돈 걱정은 하지도 말라고도 말해주고, 잘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말해줬어.
엄마는 그 말이 좋아.
엄마는 그런 말에 위안을 받는 아직 어린 어른이야.
널 품고 낳는 과정이 엄마한테는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이 될 것 같아.
너는 건강한 아기가 되고 엄마는 좋은 어른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