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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16. 2017

#85 7분 52초

2017.5.30.

감정 노트에 친구와 다퉈 속상하다는 글을 보았다. 오늘 하루 그 친구와의 감정선을 유심히 본다. 같은 모둠이다 보니 다른 친구들도 머쓱해하는 게 보인다. 그렇게 붙어 다니던 둘인데 말이다. 
점심시간 종료 10분 전 둘을 불러내 벤치로 간다. 둘을 앉혀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1. 어른들도 누군가를 미워한다. 그 마음은 누가 하지 말라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미움은 잘못이 아니다.
2. 하지만 오해는 풀어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고백하고 감정이 상했다면 분명히 말해야 한다. 
3. 선생님이 이 순간 원하는 것은 속상한 점은 말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자는 것이다. 이후의 관계는 온전히 너희들의 몫이다. 

그러나 둘은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고 10분을 보냈다. 
이미 그 사건은 5일 전의 일이다. 침묵의 시간만큼 입술의 무게는 무거워져 가는 걸까? 

다시 둘만 내보내 이야기를 하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바라는 점은 한 가지,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럼 서로 화가 난 게 정당했는지 오해였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그러나 둘은 20여 분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교실로 들어왔다.
방과 후, 나는 둘을 다시 남겼다. 

선생님은 이제 둘의 관계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
한 가지만 묻자. 원하는 게 뭐니? 둘 다 다시 친하게 지내고 싶단다.
그런데 입술의 무게가 참으로 무거운 것이다. 왜 모르겠나...
나도 안다. 심지어 나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결국 풀지 못한 인연도 있다. 

타이머를 꺼냈다. 딱 10분만 더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회의를 가야 한다. 10분 동안에도 둘 다 그대로라면 결국 타이머가 울릴 거고, 둘 다 집으로 가도 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속마음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타이머를 멈추고 함께 집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일뿐이다.

회의 갈 시간이야, 선생님은 내려갈게. 타이머를 눌러놓고 나와버렸다.

사실 기대 안 했다. 회의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다.
타이머를 확인했다.

'남은 시간 7분 5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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