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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26. 2017

#100 선생님, 아이 안 키워보셨죠?

2017. 6. 25. 의사가 암에 걸려야 암을 잘 치료합니까?  

"아이가 느리다, 자꾸만 집중을 못한다, 뒤쳐질까 걱정이다." 이런 고민에 대해 늘 비슷한 답변을 한다. "느리다는 건 신중하다는 뜻도 된다. 집중은 시간이 아니라 동기다. 뒤쳐지는 건 걱정 마시라 좀 더 시간을 달려서 천천히 보셔도 된다고 말이다.  돌아온 말은, "선생님, 아이 안 키워보셨죠?"였다. 그 속 터짐을 네가 어떻게 이해하겠냐는 의도인 거 같은데,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만, 참는다.


공교육 교사가 바른 말하면 고깝게 듣는 분들이 꼭 있다. 수강료 비싸고 학위 좀 있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면 퍼뜩 듣는 사람들이. 결국 다 똑같은 말인데도 그런다. 암튼, 그 학부모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맞습니다. 전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어머님 같은 부모님이 있고, 부모가 되지 않았기에 아직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아이였던 적이 있지요? 아이가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아는 걸 아이가 있는 어머님이 모르신다니 더 이상하네요."  


그 말을 들은 학부모는 몇 초를 벙커 있다가, "그러네요..."하시더니 몇 마디를 더 나누고 돌아갔다. 아이들에게 실수해도 괜찮다, 지금은 느려 보여도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 가장 확실한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해도,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일지 모를 부모가 아이를 기다려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교사들은 학교교육의 '절반'은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부모님들은 학교교육은 온전히 교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교사가 채워주지 못하는 그 '절반'이 결핍되는 아이는 학교 안에서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간다.


이건 아주 개인적인 건데, 나는 선생님한테 10번 칭찬받는 것보다, 부모님께 '괜찮아', '이런 너라도 좋아'라는 말을 듣기를 바랐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격려를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95점을 맞으면 100점 맞을 수 있었는데! 100점을 맞으면 거봐라 하니까 되잖냐!라는 이야기밖에 들을 수 없었다. 나의 부모님을 디스 하는 게 아니고, 부모님 세대는 그런 격려를 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꺼려했다. 그때는 바짝 쪼아 대는 게 최선의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먹혔던 때니까 말이다.


얼마 전 썼던 '대통령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에서와 같이 결론을 반복한다. 
여유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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