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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채 Oct 05. 2016

여하튼 드럽게반가운하루였다

#뒷모습담화 #월요일세시 #굿모닝굿응가

2016년 10월 3일 월요일 3시




"뭐하고 사냐?"


같이 일했었던 형을 만났다.




"백수 되니까 좋냐?"


"형 요즘이 진짜 사람처럼 살아요.

죽을때까지 일할건데 지금이라도 잘 놀려고요"


"뭐가 그리 좋디?"


 "다 좋죠

안좋은 게 뭔지 물어 보는게 빠를 걸요"



형은 뭔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말을 이어갔다.



"뭐 이것저것 많은데,

제일 먼저 느끼는게

시간이 생각보다 진짜 잘가요

내방이 곧 시간과 공간의 방이라니까요

늦게 일어나기도 하지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심지어 아무 것도 안해도 저녁이라니까요"


"그러다 너 밤에 못잔다"


"불면은 아무 문제도 안되요 형

엄밀히 말하자면 불면의 개념이 없는거죠

자고 싶을 때 자니까.

4시에 자도 불면증이 아니니까.

불면증이라는 게

 일어날 걸 염두에 둬야 생기는 건데

출근길 막힐까 일찍 일어날 일도 없고

운동 한답시고 일어날 일도 없으니까요

불면증이 없다기 보다 성립이 안되죠 아에"



내 개똥같은 백수 긍정론을

이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늦게 일어나면 또 늦게 자지 않냐?"


"잠이 안 와도 그런대로 놀면 끝.

그게 백수에요 형"


"뭐 거의 프로백수 다 됐다"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인정받은 듯한 기분은 언제든 좋다.



"근데 안좋은 점도 있어요

모닝응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죠"


"미친 크크"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에요

모닝응가의 부재라는게.

뭐 자고 일어나는 패턴의 문제겠죠

그런데 이게 단순히 생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가 있어요"



형은 또 뭔 개똥같은 소리하네

라는 표정이었다.

물론 나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모닝응가를 안하다 보면

꼭 밖에 나갔을 때 변의가 온단 말이죠

이게 사회학적으로 얼마나 치명적이냐면,

저번에도 영어수업 들으러 갔다가

급변의가 온 적 있는데.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온다고는 했는데

그거 알죠

누가봐도 응가다! 라고 생각되는 그 잠시의 시간.

서로 머쓱해서

괜한 빈말 늘여 놓는다거나

뭐 애꿎은 날씨 얘기하고

뜸 들이면서 말하고 막 ㅋㅋ.

그게 얼마나 치명적인데요.

인간관계에서"


"그러지 그러냐?

제 잘못이 아닙니다

제 엉덩이 잘못입니다"


"ㅋㅋㅋ여튼 이런 깨달음을 얻었죠.

모닝응가가 매너를 만든다"



내 개똥같은 얘기에

뭔가 생각이 났는지

화장실도 안 간 형이 약간 뜸을 들였다.



"나도 이제 그만 할려고. 이달까지만 일하고.

쉬면서 모닝응가의 중요성이나 알련다 그냥"



"..."




"..."








"배변훈련부터 하시죠 형"







04.


오늘 백수 동지 한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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