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입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내가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
밤공기가 차네요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때
저위에 달이 라도 떴으면 핑계 삼기 좋을 텐데
오늘은 안 보이네요
핑곗거리가 없으니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전에 만나던 친구는 아침 해가 쨍하면 전화를 해줬어요
“빨리 나와봐 날씨가 너무 좋아”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는 해가 쨍하면 기분이 쨍해서
구름이 뜬날은 구름이 예뻐서
바람이 차게 부는 날은 걱정이 되니까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이 나서
그렇게 날이면 날마다 전화를 했어요
아, 그중에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에요.
가끔 한밤중에 연락이 오곤 합니다.
‘그래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대답은 속으로만 합니다
‘너도 잘 지내?’
질문도 속으로만 합니다
그 애는 해가 쨍 한 날이면 어김없이 전화를 했어요.
나는 달이 뜨는 날마다 찾아갔습니다
밤공기가 차네요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요
저위에 달이라도 떴으면 핑계 삼기 좋을 텐데
오늘은 보이지 않네요 핑곗거리가 없으니
아쉽지만 마음을 꾹꾹 눌러봅니다
-
아, 그중에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