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요일의남자 Oct 08. 2020

얼씨구 별게 다 유행이래

철 지난 유행

친구들이랑 술을 먹다 보면 꼭 저보고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를 한번 해보라고 그래요


어제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저보고 말주변이 좀 있는 거 같으니 유튜버를 한번 해보는 건 어떻냐고 그러더라고요


말 돌리지 말고 니 연애사나 더 풀어봐라 라고 했어요


친구는 요즘 팩트 폭행을 주로 하는 유튜버를 챙겨서 보고 있데요. 그 유튜버를 보면서 제가 생각났데요.


이삼십 대 연령층을 타깃으로 연애, 일, 사회생활 등등 아무튼 일상 전반에 걸친 것들에 대해서 현실을 꼬집고 또 특정 사례를 언급하며 상당수 대중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안들에 팩트 폭행을 보여주는 게 그렇게 속 시원하고 가끔 깨달음까지 얻는다고 하면서 요즘은 그런 게 유행이래요


그래서 저도 그 유튜브 영상을 좀 봤어요. 간결한 듯 꽉꽉 채운 서술이 참 좋은 영상들이었어요. 살면서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선을 넘지도 않았고 생각 정리에 도움을 주는 영상이 많았습니다.


-

솔직함이 매력인 시대라서 그런가 누구나 팩트 폭행을 쉽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 팩트 폭행이라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이거든요. 생각지 못했지만 당연한 말들을 좀 더 세세하게 풀어 나열하고 조금 불편할 만한 포인트는 과감하고 더 날카롭게 찔러줘요. 성찰을 유도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고요. 경우에 따라선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킬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 유튜버처럼 진짜로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은 또 드물어요


상대에게 일침을 가함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표출하려거나 특정 자리에서 남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듯 웃음을 팔 기 위한 시도들도 보여요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감추고 보호하려는 위선적인 연설들도 많아요 이 정도 되면 듣기 싫죠. 그래서 팩트 뒤에 폭행이란 말이 붙나 봐요


명품이 유행하면 덩달아 짝퉁도 많아지는 것처럼

진짜 이성적인 판단으로 충고와 일침을 활용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위선에 불과하고 무례함과 우스갯소리만 난무하는 팩트 폭행은 그냥 폭행이 맞아요

별로 내키지 않는 유행인 것 같아요


-

어제 만난 그 친구는 헤어진 지 꽤 됐지만 아직 좀 힘들데요. 그때 이미 따져 묻고 답을 얻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를 아직 정리하지 못했나 봐요.

정신 좀 차리게 팩트 폭행을 좀 해달라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지만 입을 닫고 그냥 술 한잔만 따라 줬습니다 

지구 상의 동물들 중 가장 감정적인 동물이라는데 이성적인 충고가 무슨 소용일까 싶어요


아무래도 위로가 더 낫지 않나요

작가의 이전글 나는 다 그런 줄로만 알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