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 요즘 많이 타는 전동 킥보드 그거를 이제 타다가 보도블록을 못 보고 넘어졌는데요.
아픈 거보다 창피한 게 더 커서 일단 그 자리를 뜨고 몸상태를 확인해 봤더니 왼팔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네 부러졌습니다. 좀 특이하게 대나무 쪼개지듯이 세로로 예쁘게 쪼개졌데요. 수술은 안 해도 된다고 하는데, 아파요 죽을 거 같아요. 깁스가 너무 불편해요. 씻을 수가 없어요. 간지러워요. 깁스 무거워요 어깨 빠질 거 같아요.
성격도 나빠지네요 (이 부분은 지인들 사이에서 진행 중 이라기보다 이미 완성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난생처음 깁스라는 걸 해봤어요.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불편함으로 비롯되는 일상의 불만족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 손으로만 병뚜껑을 돌려 따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한 손으로 삼겹살을 구워야 하는데 집게질과 가위질을 동시에 못해서 사실상 혼자서는 삼겹살은 포기입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불편하고요. 핸드폰 메시지도 힘들어요. 왼쪽으로 누워 자는 편인데 왼팔에 깁스를 해서 뭔가 좀 어색하고 탐탁지 않은 자세가 돼요. 전체적으로 씻는데 제한이 너무 많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은 오른손을 닦을 수 없어요.
팔을 다쳤다고 하면 다들 걱정해 줘요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불편할까 보험은 들었나 하다가 왼팔을 다쳤다고 하면 그래도 다행이다 오른손 아닌 게 어디냐 왼손잡이는 아니지? 라며 위로(?)를 해줘요
오른손잡이가 왼팔을 다친 건 천만다행인 것 같아요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곳을 더 크게 다쳤을 수도 있고, 거기에 오른팔을 다쳤으면 아마 깁스하는 동안 살이 엄청 빠지겠죠. 그나마 이 정도니까 조금 불편은 해도 얼굴도 잘 닦고 머리도 감고 밥도 먹을 수 있죠. 하느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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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오늘 다친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에 또 철 지난 이별 얘기 하나 끼워 맞추면서 이야기를 좀 늘려 나갈까 했는데 갑자기 하기 싫어져서 그냥 마무리하려고요
그러니까 아무튼~
난 오른손잡이라서 왼팔을 다친 게 너무 다행이에요. 오른손만 있어도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어요.
몇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뭐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일 불편한 일은 오른손을 닦을 수 없다는 거예요.
왼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