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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요일의남자 Oct 16. 2020

망했다.


이젠 이런 식의 제목도 진부 한 것 같아


그래 가게가 망했습니다.

아 이전에 가게 관련해서 썼던 글들은 기억을 더듬어 쓰거나 예전에 어느 정도 메모해 놨던 얘기들이에요. 가게는 올초에 이미 망해서 없어졌습니다.

너무 성급했던 탓 같아요. 하고 싶은걸 하자라는 게 인생의 모토(?) 여서 좀 즉흥적인 면도 있었고 준비가 완벽하지 못한 상태여서 결과를 만드는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네요. 그래도 발전을 거듭하는 작은 가게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끝맺음도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라 속속들이 얽힌 억울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 자꾸 얘기해봤자 힘만 빠지고 별로 안 좋아서 그냥 어디서 물어보면 쿨한 어조로 시원하게 말아먹고 왔다 하고 맙니다. 아니 뭐 다들 한 번씩 해보고 그러는 거 아닌가요~


_

내가 사장님 소리를 듣는 날이 오니까 주변에서 참 좋아해 주더라고요. 얼마나 좋습니까 나이 서른에 내 가게 하나 딱 차려놓고 폼나게 사장님 소리도 들어보고, 크~ 그런 것에 취했던 거 같아요. 바보같이...

아무튼 가게를 차려놓으니까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도 놀러 오고 매출도 막 올려주고 그러는데 이놈들이 저보고 하는 말이 그래도 우리 중에 지금 네가 제일 잘 된 것 같다. 멋있다. 부럽다. 그러더군요, 거기에 한번 더 취했던 거 같아요. 연락도 잘 안되던 친구들이었는데 말이죠.


자 이제 내가 무슨 이야기 할 줄 알겠죠?


_

작은 가게를 하나 열었어요

어린 나이에 사장님 소리도 듣고

손님들도 장하다며 추켜 세웁니다

짝짝짝 짝짝

오랜만에 본 친구들이 박수도 쳐주고

멋있다고 엄지를 들어요

에이 이런 걸로 뭘~

작은 가게를 하나 열었을 뿐인데요.


가게가 망했습니다.

뭐 하다 보면 망하기도 하는 거죠. 그게 뭐 대수라고

그동안 내 작고 예쁜 가게를 사랑해준 사람들께

보답하고자 연락을 돌립니다.

뚜. 뚜. 뚜. 뚜. 뚜.

연락이 잘 안 되네요 다들 바쁜가 봅니다.

그냥 작은 가게 하나가 문을 닫았을 뿐인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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