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몽이 Feb 26. 2021

박쥐에게 단편소설을 추천받은 고양이씨

고양이씨와의 대화 4

일전에 고양이 씨와 얘기를 나누던 도중 

그가 볼일 보러 훌쩍 어디론가 떠난 일이 있었다.


3일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때처럼 집 앞에서 밤바람을 쐬고 있던 중에 그가 자연스레 내 곁에 와 있었다.


“안녕” 하고 고양이 씨가 내게 인사했다.
“저번에는 미안했어. 내가 경황이 없이 얘기하다 바로 볼 일 보러 갔었네.”
“괜찮아요. 살다 보면 각자만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구먼.”.

고양이 씨는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내게 물었다. 


나는 평소처럼 회사에 출퇴근을 한 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을 읽고 있다고 대답했다. 


“아, 나는 그 작가의 ‘검은 고양이’ 읽어본 적이 있어. 고양이 다룬 유명한 고전 소설이라고 ‘박쥐 형제’들이 추천을 해 줬었거든.” 하고 고양이 씨가 말했다.

“예? 박쥐들이 ‘검은 고양이’ 단편을 추천해줬다 구요?”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고양이 씨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이봐, 박쥐 형제들은 대단한 녀석들이야. 나도 한 귀 밝다고 자부하지만 박쥐들은 못 듣는 게 없어. 오죽하면 뒤에서 박쥐 욕 절대 하지 말라는 고양이 속담이 있겠나. 그만큼 박쥐들은 듣는 게 많아서 아는 게 참 많아.”


“그렇군요. 박쥐가 고양이에게 단편소설을 추천해주기도 하는 거군요.”
“물론 그거 말고도 박쥐들이랑 다양한 얘기들을 주고받지. 너랑도 이렇게 얘기를 나누듯이. 

그렇다고 자주 보는 건 아니야. 

박쥐들 하고는 4월 첫째 날 하고 10월 마지막 날에만 보기로 했거든. 박쥐들이 어지간히 바빠서 말이야.”

일 년에 두 번 정도 고양이와 박쥐가 만나 얘기를 나눈다니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고양이 씨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얼마 전까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싶어서 

고양이 씨의 말에 납득하기로 했다.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아내가 오늘은 일찍 들어오라고 했거든.”
“아 잠깐만요. 갈 때 이거 챙겨 가세요.” 

나는 집 현관에 놔두었던 고양이용 소시지를 

한 개 챙겨 그에게 주었다.
“아 고마워. 아내가 좋아하겠어. 나도 언제 한번 보답하도록 하지.”

고양이 씨는 아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언제 한번 나도 고양이 씨에게 박쥐들과 만날 때 함께 가볼 수 있을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양이 씨와 다음 대화가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작가의 이전글 기절했어도 일어나 시를 짓는 배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