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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규 Apr 03. 2021

왜 공공자전거는 계속 늘어날까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거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냐

아주 오래전 저는 대전에서 공공자전거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의외로 대전은 잘하지는 않지만 복지와 관련해서는 꽤나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타슈'라고 하는 공유자전거가 그것이죠. 아 물론 공유자전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대전시민들은 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인들과 갑천쪽에서 놀다가 누군가 타슈타보자! 라고 의견을 제안했고 다들 이 기회에 말로만 듣던 그 소문의 자전거 한번 타고 돌아다녀보자는 의견에 끌렸던지 그렇게 내인생 처음으로 타슈를 탄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기억이었습니다. 


이용방법은 더럽게 불편하고, 망가진 자전거는 최악의 경험을 제공한 상식적이지 않은 서비스. 당시 남녀혼성으로 구성된 그룹의 샤방샤방한 분위기였기에 다들 신나게 씽씽이를 밟으며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그때도 저는 상당히 짜증이 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것일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다들 멀쩡했고 제 자전거만 이상했으니까요. 불편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냥 자전거 타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경험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 꽤나 즐거웠죠. 하지만 저는 그 후로 두번다시 타슈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전시 공용자전거 타슈가 늘어난다는 기사를 보고.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왜 공공자전거는 계속 늘어날까.




1. 시민입장에서 가격대성능비로 할만한 여가활동


아까 제가 이용방법은 더럽게 불편하고, 정신이 가출한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상식적이지 않은 서비스라고 타슈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재수가 없었던지 제가 선택한 자전거가 상태가 별로여서 빡쳤다는 것도. 하지만 고물자전거(?)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사람들이랑 같이 타슈타고 노는게 괜찮은 경험이라는 상반되는 이야기까지. 물론 처음을 끝으로 두번다시 타슈를 타는 일은 없었다는 것도.


왜 저는 그렇게 폄하하는 서비스를 쓰면서 나만 재수없음에 화가 나기까지 했는데. 한번 재미로 타고 두번다시 쓰지 않았는데. 정작 타슈타고 놀때는 꽤나 할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타슈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여가활동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루 이용하는데 500원이라니. 이건 뭐 거의 공짜나 다름없죠. 아니 500원이면 요즘은 커피나 아이스크림도 못사먹을 돈입니다. 자전거를 타는게 그렇게 희소가치가 높은 여가활동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야간에 자전거를 타면 꽤나 괜찮은 데이트코스인건 맞습니다. 혹은 가족이 있다면 애들과 같이 놀아주기에도 괜찮겠죠. 


그렇기 때문에 저처럼 고물자전거(?)가 당첨되는 최악의 운빨에도 불구하고 뭐 그럴저럭 참고서 탈만한거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여가활동이니까요. 타슈 뭐 다들 좋다고 합니다. 그러데 다들 착각하면 안됩니다. 정말 이 경험이 엄청 좋아서 쓰는게 아니라 아무생각없이 무료로 받는 서비스니까 쓰는 겁니다



2. 지자체 입장에서도 생색내기가 좋다


지방자체단체 입장에서도 타슈같은 공공자전거는 참 생색내기 좋은 아이템입니다. 뭐랄까 정량적으로 딱 맞아 떨어지니까 타슈 몇대 도입했다. 스테이션 몇개 설치했다하면 뚜렷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무엇을 했는지 이해시키기 쉽죠. 


그리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그린시티. 뭐 온갖 좋은 이미지란 이미지는 다 갖다 붙일 수 있으니 이만한 아이템도 없습니다. 항상 목소리를 높이는 환경단체에도 지자체가 이런거 한다고 내세우기 좋죠. 시민들에게도 가족들이 살기좋고 복지가 좋은 도시라고 어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을 좀 동원해서 같이 공공자전거를 타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다면 그 이상 좋을 수 없을겁니다. 시민들도 좋다고 하는데 지자체에서도 생색내기 좋죠. 어쨋든 잊어서는 안되는게 아직까지도 전국 지자체 중에서 공공자전거를 도입한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겁니다. 그런면에서 대전이 복지가 꽤나 괜찮은건 분명한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공공자전거 정책은 분명히 없었던 때보다 훨씬 나은 것이 분명하니까요. 


실제로 공공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에 사용하거나, 시가지를 이동할때 대중교통을 대체하거나 그런거 따위 알게 뭡니까. 대충 연구용역 갖다가 붙여서 자료 만들면 되지.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관심 없습니다. 말했다시피. 그냥 무료에 가까운 서비스니까 이용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은퇴하신 분들이 주로 건강을 위해서 주거지역에서 중심지역으로 이동할때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버스를 타고 가는것 대신에 1시간씩 걸어다니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분들이 가끔씩 타슈를 타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는 정말 좋은 서비스겠죠. 아니면 어린 친구들이 가끔씩 이용하거나요. 진정한 황제자전거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 그러니까 젊은 친구들이 타슈를 타는 일은 전 본적도. 들어본적도. 없습니다.  


 

3. 공공자전거 조금 있다고 자전거 친화도시가 될 수 있나?


대전의 제 지인들 중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집과 직장이 천변을 타고 이동가능한 동선을 갖고 있는 경우에 주로 일어나는 일인데 건강을 위해서 자전거를 이용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니까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는게 아니라. 출퇴근 동선상 천변으로 이동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자가자전거를 타고 이동이 가능한 사람들이 의외로 꽤나 있다는 것이죠. 서울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만큼은 아니지만 뭐 나름대로 그럴저럭 타고다닐만한 길인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전에서 자전거를 자주 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건 무엇일까요. 결국은 자전거 도로와 인프라의 확장일 것입니다.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건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좋은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자전거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우선 아닐까요. 인프라를 만들어놓으면 자전거 타고다니지 말라고해도 다들 잘 타고 다닐테니까요. 


하지만 놀랍게도 좋은 인프라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공공자전거(?)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서 본래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전거 문화를 체험(?)시켜주는 복지로 접근해버리는 신박한 발상을 해냅니다. 


그러니까 이게 뭔가 구조상 굉장히 이상하다는 건데. 제대로 자전거 인프라를 만들고 좋은 환경을 구축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해서 새로운 대중교통의 시대를 열어보겠다는 발상에서 나온게 아니라 본래대로라면 자전거를 타고다니지 않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무료자전거(?)를 대량으로 뿌려서 자전거체험(?)을 시키고 있는 겁니다. 


대전 공공자전거 타슈에 들어가는 연간사업비가 어떻게 되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대략 연 35억의 운영비가 든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누적100억원이 넘게 매몰되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저는 이러한 형태의 공공자전거 문화에 아주 비판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납득할 수는 없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대로 된 자전거 인프라를 만드는 것과는 안드로메다만큼 떨어져 있고 제정신이라면 이런걸 자전거 문화를 키우기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주민복지의 개념에서는 뭔가 일은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까요.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만 더 좋은 환경에서 자전거 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자전거를 탈 일이 없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은 기본소득과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는 놀라운 역발상적 사고의 전환으로 만들어낸 신흥 복지프로그램인 것이죠. 


정말 궁금해지는게. 공유자전거 조금 있다고해서. 자전거 친화도시라 할 수 있는걸까요. 다양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자전거 하이웨이에 별의별 서비스들이 다 존재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이런 공유자전거 문화를 보고 감동할까요. 와 한국은 지하철도 엄청 싼데. 자전거를 무료로 탈수 있대! 라고 하면서 다들 놀라고 감동할까요.


자전거 친화도시라고 하는 개념의 의미가 제가 아는 그것이 아니라. 조례에서 별도로 규정하여 예컨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유자전거가 1만대를 돌파하면 무조건 받는 어떤 칭호 같은 것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흘러갈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뭐가 되었든 제가 납득하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전거 인프라를 만들기보다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체험시키고 있는 복지문화가 바로 공공자전거의 개념입니다. 나름의 의미는 꽤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자전거가 자전거 문화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자전거가 대중교통을 분담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택도 없죠. 필요한건 무료로 쓸 수 있는 자전거가 아니라 안전하고 좋은 자전거 도로라고 생각하는데 생각이 많이 다른 모양입니다. 


밖을 나가 한번 거리를 걸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도로를 가득 메운 불법주차 차량들. 그 사이로 인도와 구분도 되지 않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있습니다. 누가 그런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을까요. 타고 싶어도 길을 모조리 막아버려서 타지 못하는 것이 우리 눈앞에 놓인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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