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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Kyoo Lee Dec 20. 2020

내 삶의 목적

시편 23편

성경에서 시편은 다양한 찬양 시들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이 시들은 정말로 생생한 고백들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찬양, 기쁨뿐만 아니라 두려움과 분노, 원망과 한탄, 조급한 마음들 또한 시가 되어 우리에게 와 닿습니다. 그래서 시편을 읽을 때면 늘 마음이 콩닥콩닥합니다.


그중에서도 시편 23편은 가장 많이 알려진 시가 아닐까 합니다. 평안과 평화의 대명사인 이 시편은 상상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든든해집니다.





우리 부부에게 청소는 가장 중요한 주말 루틴입니다. 깔끔한 아내와 달리 저는 청소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가끔씩 아내가 “이번 주는 청소하지 말까?” 하면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언젠가부터는 무선 이어폰 덕분에 무언가를 온전히 들으며 청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로 예배 영상을 듣습니다. 찬양도 따라 부르고 설교말씀도 듣다 보면 청소하는 그 한 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갑니다. 찬양에 말씀에 젖어 있다보면 청소가 그렇게 지루하거나 힘들거나 귀찮지 않습니다. 네, 이 또한 제게는 큰 은혜입니다.


오늘 들은 설교 말씀에서 간사님이 팀 캘러 목사님의 책 “고통에 답하다 (Walking with GOD through Pain and Suffering)”의 한 부분을 인용하십니다.


“고통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가 어떠한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듣다가 생각에 빠집니다. 그러게. 내 삶의 목적은 뭐였더라?


요즘 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여러 가지가 떠오릅니다.


- 매일 하는 변호사 일을 더 잘 연마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

- 탁월하고 성실히 일하는 다른 많은 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며 배우는 것

- 일에 있어서 next level로 옮겨가기

- 아내에게 칭찬 듣기

- 많은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는 집 사기

-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기


일부터 시작해서 소중한 주변 사람들로 이어지는 이 바람들은 저의 매일의 삶을 휘감고 있는 동기이고 원동력입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을 해보니, 이러한 바람들 하나하나가 각각 하나의 기준이 되어서 저의 매일의 삶과 일의 기쁨과 슬픔을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고객의 케이스에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쁘고 감사했지만,

어느 날은 천정 모르고 뛰는 집 값을 보며 집을 사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무언가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또 어떤 날에는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어떤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지치기도 합니다.


이런 뜻이었나?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고통스러운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게?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목적이 달라지면 내가 느끼는 답답함이 좀 줄어들까?


이때, 제가 예전에 시편 23편을 묵상하면서 페이스북에 썼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내게 부족함이 없다고 문득 깨닫고 고백하는 글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다시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아래에 그 글을 다시 불러봅니다.






이제, 이때의 시편 23편 묵상이 오늘 떠오른 이유를 약간은 알 것 같습니다.


내 바람들이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내 삶에 부족함이 없다는 고백은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많은 순간 잊고 살긴하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하나님은 나의 목자이시기 때문에 그 부족함과 결핍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게 인정되는 마음이 정말로 가능했습니다.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없어도 또 괜찮아요. 하나님이 나를 아시고 나와 함께 걸으시며 나를 돌보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More than enough.”


하나님이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다는 고백을 담아 바라보니,


제가 위에서 열거했던 바람들이 정말 소중한 것이긴 해도 삶의 목적까지는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있다가 없어지고,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희망에 부풀다가도 또 왠지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풀이 죽곤 하는 그런 바람이나 성취보다, 이미 내게 주신 것들, 흔들리지 않는 것들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하나님의 집에서 영원히 거하는 것

- 이미 주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매번 새롭게 발견하고 떠올리고 기록하기

-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고 일과 삶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 하나님 말씀대로, 아내 사랑하기를 예수님께서 교회를

위해 목숨을 버리신 것 같이 사랑하기

- 또 말씀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다가가기


아무것도 장담 못하는 우리 삶이지만, 내 삶의 목적을 정할 때, 변함없으신 하나님을 향해 방향을 맞추면, 그래도 꾸준하게 흔들리지 않고 목적을 따라 걷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바람”을 따라 매일 매순간 기뻐하고 슬퍼하는 삶을 살기보다는, 보다 견고하고 확실한 목적에 내 삶을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감사합니다. 이제 조금은 더 내 바람들로부터 자유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깁니다.




이번에 시편 23편을 다시 읽을 때는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시며 나의 발걸음을 이끄신다는 부분이 마음에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나와 함께 걸으시며 나를 푸른 목장과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하나님 (2절), 나를 의로운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 (3절),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 때에도 나를 지키시고 보호하시는 하나님 (4절), 그리고 내 평생에 선하심과 한결같은 사람으로 나와 함께하셔서 내가 하나님의 집에 “영원히” 거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하나님 (6절).


이제 보니 이 시편 23편은 내 평생에 나와 함께하실 것이라는 하나님의 절절한 약속이 가득한 러브레터와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바람들보다


나와 함께 걸으시는 하나님이, 그 하나님과 동행하는 나와 우리의 하루하루가


내 삶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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