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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Kyoo Lee May 28. 2024

시작은 평영

작년 8월말부터 다시 수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걸어갈 수도 있고, 차로 가면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동네 수영장 (Community Pool)인 Meadowbrook Pool 에서 지금껏 나름 꾸준히 계속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운동은 해야할 것 같은데, Gym 은 지루하기만 하고, 밖에서 뛰자니 그것도 번거롭게 느껴지던 찰나에 (사실 군대 때 빼고 꾸준히 뛰어본 경험도 없습니다), 그래도 예전부터 하던 운동을 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수영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직전에 이러한 결심을 하고 회원권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알아보기만 하던 사이에 코로나가 발발했고, 수영장 물은 락스 물이니까 코로나균도 죽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잠깐 했지만, 결국 무서워서 못가면서 수영 복귀(?)는 한 없이 늘어져버렸습니다.




코로나가 지나도 수영장은 생각도 들지 않았었는데, 조금 기괴한 일이 생깁니다.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외부에서 교육이 있는 아내를 태워다주고 시간이 남아서 함께 커피를 마시러 근처 카페에 갔습니다. 커피를 받아서 테이블에 앉았는데, 마주보던 아내가 기겁을 합니다. 제 눈이 빨갛다다는 것입니다. 눈이 충혈될 수도 있지, 하면서 보니, 약간 섬뜩해집니다. 왼쪽 눈의 흰 부분이 모두 빨갛게 변했던 것입니다. 실 핏줄 몇 개가 터진 수준이 아니라, 왼쪽 눈에서 흰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저도 놀라고 아내도 놀라서 그 길로 Urget care 를 찾아갔습니다.


의사가 눈에 통증이 있는지, 시야에 지장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렇지는 않았기에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더니 그 의사가 이리저리 제 눈을 살펴본 후, Subconjunctival Hemorrhage 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이 눈이 "quite dramatic"해 보이지만, 눈에 지장은 없고, 2주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약을 먹을 필요도 없고, 무슨 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혹시 눈을 혹사해서 그런건지를 물으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눈의 피로와는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이 증상의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이날 병원에 와서 잰 저의 혈압이 높아서 혈압과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다 했습니다. 그러고는 혈압을 계속 체크하라고 권했습니다.


집에 가서 혈압을 낮추는 방법에 대해 검색을 했고, 코로나가 지나도 생각나지 않던 수영이 이 때 떠올랐습니다.

 



Meadowbrook Pool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저는 그저 자유수영을 하고 싶어서, Lap Swimming 이 있는 시간을 골라서 갔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속도별로 lane 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Easy - Medium - Fast - Very Fast. Easy lane 이 분위기가 좋아보여서(?) 들어가 평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평영 (Breaststroke)은 가장 힘이 적게 드는, 편하고 만만한 영법입니다. 이 생각이 요즘 깨지고 있지만, 이 부분은 다른 글에서 보다 자세히 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무튼, 박사과정 때 학교 수영장을 다녔던 이래 약 9년만에 다시 수영을 시작하던 작년 8월말 기준으로 평영이 가장 만만했습니다.


호텔 수영장 같은데서 유유히 물에 떠 있는 분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시는 평영은, 그 영법을 응용해서 발을 아래로 차면서 계속 물위에 떠 있을 수도 있고, 맘만 먹으면 가장 힘을 덜 들이고도 얼마든지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편하게 생각이 드나봅니다.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고 계속 앞으로 갈 수도 있지요. 그러면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개 헤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되긴하지만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함께 수영을 했던 오00 가 자기는 한 번도 안 쉬고 평영으로 3천미터를 갈 수 있다고 말해서, 우리들 사이에서 뻥쟁이가 되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가장 힘을 빼고 평영을 하면, 초등학생이어도 3천미터까지는 아니어도 1천미터에서 1천5백미터 (25미터 풀 20-30바퀴) 정도는 어쩌면 진짜 가능했겠다 싶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3천미터는 무리일 것 같으니, 오00 는 뻥쟁이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오버쟁이.    




이 평영 덕분에 9년이라는 공백(?)을 딛고 큰 부담 없이 Easy lane 을 왔다갔다 할 수 있었습니다. Meadowbrook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25미터 풀이었는데, 이 첫날에 6바퀴를 수영했습니다. 첫날에는 아내가 함께 가서 밖에서 지켜보면서 사진도 찍어주고 했었는데, 마치고 나온 제가 입술이 파랬다고 합니다. 평영은 몸이 기억해도 체력이 안되어 더 오래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더 이상 수영장에서 살던 초등학생 체력이 아니구나 실감을 합니다. 그러고는 6바퀴가 몇바뀌까지 느는지를 재보고 싶어졌습니다. 혈압을 낮추는 것 이외에 또 다른 목표가 생겼네요. 어찌되었던 이렇게 참 오랜만에 다시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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