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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은 Dec 05. 2022

10년차 마케터의 커리어 회고

10년 동안 6개 회사를 다니게 된 이유


첫 회사. 아큐파이/더하다

대학 시절, SNS를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잘 맞는 일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소셜리쿠르팅 서비스 ‘피큐(Piqqu)’의 비젼에 매료되어 스타트업 ‘아큐파이(구 피플링)’에서 컨텐츠마케터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링크드인을 지향하는 회사였죠.


서비스 홍보를 위한 마케팅 채널 ‘여대생의 정석’ 페이스북 페이지의 컨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채널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아 2년 간 Organic 팔로워 40만명을 모았습니다.


마케팅 채널은 성공적으로 성장했지만 서비스 ‘피큐’는 유의미한 지표를 만들지 못했고, 1년 가까이 월급을 반납해가며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이후 회사는 생존을 위해 마케팅 에이전시로 업태를 변경했고, 추후 이 에이전시가 금융앱 ‘토스’의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마케팅팀으로 인수되며 자연스럽게 앱 마케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회사. 토스

토스에 몸 담았던 1년은 대규모의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 성과를 단기간에 이끌어내야하는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6명 마케팅팀의 일원으로 일하며 페이스북 중심의 Paid 광고 제작/운영부터 고객 참여 이벤트, 은행 제휴 오프라인 행사까지- 안해본 일이 없었죠.


좋은 서비스, 탁월한 팀에 공격적인 마케팅이 더해져 6개월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했고 26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데 일부 기여를 했습니다.


토스는 좋은 서비스, 좋은 동료가 있는 회사였지만 금융이라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지 못하는 저 자신의 한계를 체감했습니다.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해가 더 좋은 마케팅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더 즐길 수 있는 산업의 마케팅에 도전해봐야겠다는 판단을 했고 당시 제가 가장 액티브하게 사용하고 자발적 바이럴을 하던 여성 쇼핑앱 ‘지그재그’의 운영사인 크로키닷컴(현 카카오스타일)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세번째 회사. 지그재그

지그재그에서는 퍼포먼스마케팅 파트장을 맡아 연간 예산과 목표를 관리하고 가입자 획득을 위한 퍼포먼스마케팅 실무까지 담당을 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단 2명의 마케터 리소스로 1년간 400만 앱 다운로드(누적 700만)를 만들어내며 70억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데 일부 기여를 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좋은 서비스, 훌륭한 팀, 충분한 예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첫 회사부터 토스, 지그재그까지 5년간 스타트업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데 기여를 했지만 한 편으로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직접 광고소재를 만들어 Paid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제 능력의 전부같았거든요. 이 능력만으로는 좋은 마케팅 리더가 될 수 없을 것 같았죠.


큰 조직에서 일의 체계를 배우고, 다양한 마케팅 액션을 수행하며 마케터로서의 경험과 역량을 극대화 해야겠다는 판단을 했고 이를 위해 외국계 이커머스 기업인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 브랜드마케팅팀’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로의 이직 과정은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네번째 회사. 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에서의 3년은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늘 단기적 지표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고객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브랜드마케터로 일하며 TVC, 옥외광고, 프로모션, 기업 제휴까지- 처음 경험해보는 일들 투성이였죠.


실무 외에도 1천명 규모의 조직 생활, 끊임없는 보고, 일을 해내기 위해 밟아야 할 절차에 하나하나 적응하며 체계적으로 일하는 법과, 다양한 마케팅 스킬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팀장과 사수가 있는 조직에서 일하며 리더와 팀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팀워크란 어떤 것인지 경험으로 배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감사하게도 담당하는 프로젝트에서 여러 좋은 결과가 나와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죠.


이베이에서의 생활에 적응할 즈음, 2020년 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마켓을 포함한 많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올스톱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쉼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고 코로나 이후 큰 성장 국면을 맞이해 디지털 역량 강화에 주력하기 시작한 증권업계로의 이직을 결심, 삼성증권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섯번째 회사.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이미 '삼성증권 mPOP'이라는 MTS가 있었지만 쏟아져나오는 간편 투자 서비스들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MTS인 '오늘의 투자(O2)' 런칭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10명이 채 안되는 오늘의 투자 T/F의 유일한 마케터였죠.


디지털 마케팅이 일반화 된 IT업계와 달리 증권업은 이제 막 디지털화가 시작되는 시기였습니다. 본격적인 마케팅에 앞서 데이터팀과 협업하여 Airbridge, Google Analytics 등 데이터 툴 연동을 고도화하고, 팀에서 봐야 할 주요 지표들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디지털 마케팅 환경 구축부터 시작했습니다. 증권업에 대한 이해도를 빠르게 높이기위해 투자자문인력 자격증도 취득했죠. 오랜 준비 끝에 22년 6월 '오늘의 투자' 서비스가 정식 오픈했고, 이를 위한 그랜드오픈 캠페인을 런칭했습니다.


삼성증권에서의 1년은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증시 활황으로 인한 높은 인센티브, 난생처음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루틴한 생활, 다양한 복지, 구내식당(최고), 삼성이라는 네임밸류.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채워지지 않더군요. '주도적으로 판단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자율성'이 그 것이었습니다.


입사 1년을 앞둔 저에겐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삼성증권을 오래 다니며 이 조직에서 유효한 인재가 될 지, 업무 자율성이 높은 환경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해 볼지 말이죠. 짧은 고민 끝에 저는 후자를 택했고, 처음으로 이직이 아닌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6개월은 쉬면서 다음 커리어를 고민할 생각이었죠.


그렇게 삼성증권에 마지막 출근하던 날, 퍼블리 채용팀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여섯번째 회사. 퍼블리

퍼블리 CEO 소령과 티타임을 하며 퍼블리가 "콘텐츠 스타트업"이 아닌 “커리어 테크 스타트업”을 지향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커리어리는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커리어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는 명함과 이력서를 대체하여 채용까지 연결 하는- 한국의 링크드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죠.


소령의 설명을 들으며 첫 회사에서 만든 서비스 '피큐'의 기억이 오버랩되었고, 그냥 왠지 퍼블리를 가야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첫 회사에서의 실패 경험을 성공 경험으로 치환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10년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감정에 치우친 결정이었죠.


퍼블리에 합류해 3개월간 수습을 거치며 Paid 광고를 고도화하고, 지표를 체계적으로 집계/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직 커리어리 서비스가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며 사용자를 유입시킬 단계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죠.


계속 다니는 것이 맞을지 고민됐지만, 지금껏 잘 만들어진 제품을 알리는 마케팅만 해본 저에게 0에서 1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마케팅을 해보는 것은 분명 필요한 경험이라 생각했습니다. 챌린징하지만 한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요. 1년 동안은 커리어리 마케팅에 올인하겠다 다짐했습니다.


그 후 1년은 기존에 해보지 못한 판단과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서비스가 시장에서 독점적인 포지셔닝을 갖기 위해 타겟을 개발자로 좁히도록 이슈레이징하고, 다양한 수요 검증 광고를 통해 제품팀에 인풋을 제공하고, 개발자 타겟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모션으로 광고 효율을 크게 개선하고, 시장 상황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팀이 집중해야 할 사업 방향성에 대한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동시에 2명의 팀원을 매니징하며 개인이 아닌 팀으로 성과를 극대화 하는 법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요.


이 모든 것은 마케팅에 대해 전적으로 판단하고 추진할 권한을 저에게 부여해 준 커리어리 사업 리더 광종과 CEO 소령, 그리고 제품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https://zdnet.co.kr/view/?no=20220519095104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2179


그 결과 타겟인 개발자 유저가 급증하며 누적 가입자수, MAU, 개발자 유저 비율 등 주요 지표들이 크게 상승했고 현재까지 커리어리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는 유저 획득 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 CAC)이 현재 시장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고, 회사와 함께 협의하여 조금 더 시장이 원하는 제품으로 고도화 된 후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집행하는 것이 맞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1년 2개월 간의 퍼블리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일곱번째 회사는.

솔직히 아직 고민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느 회사에서 저의 경험과 리소스가 더 의미있게 쓰일 수 있을지 잘 판단이 서지 않더군요. 그래서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여러 회사를 만나보며 다음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어보시고 제가 "우리 회사에 필요한 마케터 같다!"거나 꼭 채용이 아니라도 "우리 회사 마케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티타임을 신청해주세요 :)


https://whattime.co.kr/imjieun/teatime

티타임은 마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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