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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은 Jan 10. 2023

2022년을 돌아보며

서른셋 임지은의 10대 뉴스

보통 한 해를 회고하는 글은 연말에 쓰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난 연말에 독한 감기로 크게 고생을 하느라 회고를 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 새 해를 열흘이나 보내고 나서야 작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다양한 연말회고 템플릿 중 어떤 방식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tvn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언급한 '나만의 10대 뉴스 정리하기' 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써본다. 임지은의 2022년 10대 뉴스.

선정 기준은 오늘의 기분, 온도, 습도 등등.






첫번째. 생애 첫 취미, 캠핑을 시작하다

2022년 2월 12일

2022년 한 해,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일을 딱 하나 꼽으라면 단연 첫 캠핑.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매주 운전 연습을 하기 위해 캠핑을 시작한거였는데, 1년도 안되어 이렇게 푹 빠져들 줄이야. 30년 넘게 살면서 늘 아쉬웠던 것이 '이렇다할 취미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 갈증이 서른세살이 되어서야 해소됐다.


주말 캠핑을 떠날 생각에 평일 내내 설레고, 캠핑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타이트하게 시간관리를 하며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했다. 컴퓨터가 없는 자연 속에서 매 주말을 보내며 혼자 사유하는 시간이 많아진 덕분에 전보다 훨씬 여유있는 태도로 일과 사람을 대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팬이 되어본 적 없던 내가 캠핑 유튜버의 팬이 되고, 가성비를 중심으로 소비하던 내가 취향에 맞는 캠핑용품을 사모으고, 집순이 그 자체였던 내가 매 주말 캠핑을 떠나고. 내게 캠핑은 단순히 그 시간의 재미를 넘어 삶의 궤적을 바꿔준 고마운 존재다.




두번째. 저온화상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2022년 2월 13일

첫 캠핑의 추억이 기쁨 뿐이라면 좋으련만, 영광의 상처가 남았다. 영하의 날씨에 대비하려고 침낭 속에 넣고 잔 전기 방석이 화근이었다. 작은 화상 흉터라고 생각했는데 피부 속까지 깊게 파고든 열기 때문에 살을 일부 잘라내는 수술까지 받았다.


두 달 넘는 시간동안 주 3~4회 병원을 방문하며 치료를 받고나서야 첫 캠핑 후유증이 마무리 되었다. 왼쪽 종아리에 까맣게 남아있는 화상 흉터는 레이저치료를 받아야하는데.. 이건 2023년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 자리를 빌어 알차게 가입해 둔 나의 보험들과, 보험금 청구를 쉽게 만들어준 시그널플래너 어플에 감사를 전한다.




세번째. 직장인 유튜버, 그게 바로 접니다

2022년 11월 30일

직장인 3대 허언에 꼭 들어간다는 '나 진짜 유튜브 할거야'가 더 이상 허언이 아니게 되었다. 혼자 캠핑을 다니면서 어떻게하면 시간을 더 재밌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휴대폰으로 캠핑 영상을 찍고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영상을 올리다보니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촬영용 카메라와 녹음기까지 갖추게 됐다. 17번의 캠핑을 떠났고, 26개의 영상을 업로드했고, 22년 11월 30일에 구독자 1천명을 달성했다.


광고/협찬 의뢰도 여러건 들어왔는데, 그 중 평소 내돈내산으로 잘 사용하던 브랜드와 콜라보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광고를 의뢰하는 '광고주'의 입장이었던 내가 브랜드에게 광고를 받는 '유튜버'가 되다니. 오래살고 볼 일이다.




네번째. 마케팅 강연은 처음이라서

2022년 4월 17일

모교 은사님의 추천으로 하게 된 고교생 진로 멘토링. 마케터 진로를 희망하는 여고생 4명에게 마케터라는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밖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기에 이런 '강연'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 처음이 고등학생들이라면 부담없이 해볼만 하겠다 싶어 수락을 했다.


두 달에 걸쳐 진행된 5번의 강연. 그 사이에 한 명은 전학을 가고, 한 명은 마케터가 아닌 쇼핑몰 사장이 될 결심을 하고, 한 명은 광고인에 대한 꿈을 키우고, 한 명은 마케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굳혔다. 누군가의 커리어의 씨앗이 움트는 장면을 목격한 그 순간들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섯번째. 얼떨결에 셀프브랜딩

2022년 2월 7일

팀장 타이틀을 달아서일까. 외부에 나를 알릴 기회가 많아졌다. 그 중에서 가장 의미있었던 것은 마케팅 팀장 커뮤니티 <모바일 히어로즈 by.Liftoff>의 멤버가 되었던 것. Q&A인터뷰와 블로그 기고- 두 개의 마케팅 콘텐츠를 글로 써내야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마케팅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진심을 담아 글을 써냈다.


다시 읽어봐도 마음에 드는 나의 글. 2023년에는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기록하는 한 해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 누구도 아닌 2024년의 나를 위해.




여섯번째. 부디, 아프지 마라

2022년 4월 27일

두 아들의 병원 방문이 유독 잦은 한 해였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이었는데 갑작스레 신장과 간 수치가 악화된 것으로 나왔고, 사료를 바꾸고 처방약을 먹이며 매달 재검을 받으러 병원에 다녀야 했다.


원래 영양제를 잘 먹던 애들인데도 신장약, 간약은 맛이 씁쓸한지 챙겨먹이는게 쉽지 않았다. 약을 먹이다 가슴팍에 손톱자국이 나기도 했고 억지로 삼키게 했다가 주방바닥에 게워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약봉지의 바스락 소리에 나를 피하는 두 아들을 보는게 가장 힘들었지만 꾸역꾸역 약을 먹였다. 덕분에 반 년이 채 안되어 모든 수치들이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고 검진 주기도 6개월로 크게 늘어났다.


만약 내가 출퇴근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에 여전히 다니고 있었더라면, 이 친구들을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 아찔했다. 전 직장에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 이 때였던 듯 하다.




일곱번째. 브리 라슨이 되고싶어요

2022년 8월 11일

보통의 사람들은 PT를 30회 정도 받고 개인 운동을 열심히 한다던데, 나는 PT를 받은지 어언 3년째. 사실 PT 2년차까지만 해도 그냥 운동을 간다는 자체에 의의를 뒀더랬다. PT를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운동을 하지 않는 나녀석을 보며 주2회 PT라도 받으며 체력을 증진하고자 했다. 내 목표는 근육량 증대도, 체지방 감소도 아닌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행위 그 자체였다.


그러다 우연히 캡틴 마블의 주인공, 브리 라슨의 운동 사진을 보게되었는데. 캬- 감탄이 절로 나왔다. PT선생님에게 '브리라슨처럼 되고싶어요'라고 말했고 그때부터 (내 기준)하드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고중량이 버거울 때면 숫자를 세는 대신 '브리 라슨! 브리 라슨! 브리 라슨!'을 외치며 그녀의 운동 사진을 멘토삼아 꾸역꾸역 스트링을 당겼다.


덕분에 난생처음 몸 구석구석에 크고작은 근육을 장착하는데 성공. PT쌤이 이직을 하며 아쉽게도 나의 근성장은 잠시 멈췄지만 조만간 다시 시작해봐야지!




여덟번째. 난 이제 더이상 뚜벅이 여행자가 아니에요

2022년 10월 3일

영웅오빠가 오픈한 카페도 볼 겸, 휴가도 보낼 겸 1박 2일로 다녀온 제주도.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 처음으로 차를 렌트해서 다녀온 여행이었다. 첫 운전 여행이 제주도라니! 차로 운전을 하는 자체가 힐링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었던 해안도로의 낭만적인 장면들.


무엇보다 행복했던 순간은 뚜벅이 여행자라면 절대 가지 못했을 위치의 식당 '몰츠'를 찾아, 세상 맛있는 새우 비스큐 파스타와 한라봉 에이드를 먹던 그 순간. 운전면허 따길 진짜 진짜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홉번째. 뜻밖의 퇴사

2022년 11월 30일

말그대로 뜻밖의 퇴사였다. 늘 나의 갈증을 해소하기위해 퇴사와 이직을 해오던 내가, 외부적인 요인으로 퇴사를 결심하게 될 줄이야. 어린 임지은은 이런 상황에 멘탈이 갈리고 우울감에 휩쌓였을 것도 같은데, 서른셋의 나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았다.


마케팅을 도와주고있는 회사가 두 곳이나 있었고, 캠핑이라는 단단한 취미가 있었고, 1천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의 주인이었으며, 귀여운 두 고양이의 집사였다. 2022년 나의 목표는 '직장인 임지은' 말고 '인간 임지은'을 성장시키는 것이었는데 목표를 잘 이뤄냈구나, 덕분에 이런 갑작스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구나 싶어 더없이 뿌듯했다.




열번째. 임지은을 팝니다

2022년 12월 5일

작년에 내가 벌인 가장 큰 일은 단연 이 것.

'티타임 공개 모집'


이직을 하긴 해야겠는데, 갑자기 퇴사를 한지라 다음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는 상태였다. 고민은 많은데 생각 정리는 안되고.. 일단 저지르자는 마음으로 퇴사 공지와 티타임 오픈 예정을 알리는 글을 링크드인에 올렸는데, 이 글이 일주일만에 좋아요 300건을 넘겼고 새로운 친구신청도 200건 이상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성공적인 빌드업이었다. 이 중에 채용 목적의 커피챗이 20건만 성사되어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달 후, 10년차 마케터의 커리어 회고를 빙자한 '티타임 공개 모집'글을 올렸다. 50건이 넘는 티타임 요청이 들어왔고 그 중 40여건의 티타임이 성사되었으며 그 중 대다수는 스타트업 CEO 또는 인사담당자셨다. 이렇게까지 타이트한 일정으로 하루평균 2~3개의 커피챗을 하는건 내 계획에 없던 일인데, 어찌저찌 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이직도 이직이지만 '나의 경험과 지식이 흩어지기 전에 주변과 나누기 위해' 이 공개 티타임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는 오만이었다. 나의 커리어를 높게 평가해주고, 나라는 사람에게 함께하자고 손내밀어주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일이 살면서 그리 많지 않은데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분들께 칭찬과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는 존재가 되고싶다고 다짐한 한 달이었다.


이 글을 빌어 지난 한 달간 티타임을 진행하며 저에게 많은 용기와 힘과 자신감을 심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올 한 해 건승하는 일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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