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무수한 오늘에 이름을 붙이는 일.
지나간 시간이 속속들이 기억나지 않지만 긴 시간을 커다란 덩어리로 돌아보면 소중하지 않은 하루,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았다. 마음껏 웃었고 끝이 없는 꿈을 꾸다가 때때로 조금씩 외로웠으며 어느 날은 설렘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지금은 내일이라는 이름의 두려움에 대해 너무 잘 알기에 오늘이라는 시간에 심드렁하고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으로 미래의 기대를 대신하곤 한다.
나에게 글이란 '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다는 마음의 다른 이름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내일 올 기쁨이나 슬픔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방식이다. 쓴다는 것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는 작업이며 작지만 나만의 것을 만들 때 나오는 그 생경한 에너지를 모아두는 훈련이다.
하지만 두서없는 일상의 감정이 정교한 글로 나오는 것에는 여전히 서툴러서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고 시작하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럴 때에는 쓰는 글보다 지우는 글이 많지만 그래도 쓰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쓰다 보면 내가 쓴 글자라는 대상에 마음이 스며들어 나와 글자의 거리만큼 감정을 바라보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런 날에는 글의 길이에 상관없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살며시 등을 밀어준다.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은 가장 적극적으로 나를 돌보는 방식이니까.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묻는 2022년의 안부를 나의 오늘들이 쓴 글로 대신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나에게 글이란 내일이 오면 사라지는 오늘을 기록하는 행위이자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맨얼굴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