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질문 : 당신의 삶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여행은 언제였나요?
엄마와 살면서 여행을 해본 일이 없다가 2013년 경주로 자기 탐사 여행을 떠났어. 한방을 쓰는 게 얼마나 불편했던지. 정말 매일 도망가고 싶었지. 이후 미국에서 각각, 9일, 7일, 14일 밤을 함께 보냈어. 2014년 이후 우리는 삶이 여러모로 달라졌어. 좋은 변화들을 만들었지. 각자의 자리에서 뜻한 방향으로 최선을 다했어.
2023년 엄마와 함께 27년 넘게 해로했던 새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잠시 함께 살기로 결정했어. 엄마의 암 완치 판정까지가 내가 정해놓은 1차 기간. 논산으로 제주로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떠났어. 이유도 목적도 느슨했지만 우리는 함께 운전을 했고, 딱지도 끊었고, 비행기를 탔고, 배를 탔고, 낯선 곳으로 스몄어. 올해 5월 암 완치 판정(이것은 산정특례 혜택이 종료되는 것이다)을 받았지만 나는 여전히 엄마 곁에 있는 중이야.
나를 낳아주신 분,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았던 분. 그분을 여행하는 시간 속에 있어. 그 장소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 엄마와 함께 산지 1년 5개월쯤 지난 지금도 나는 매일 낯선 여행지에서 눈을 뜨는 기분일 때가 많아.
오늘은 8개월간 준비한 공간 오픈식을 하고, 몹시 지쳐 귀가했는데, 빨간 봉투 속에 생일 카드가 침대 위에 놓여있었어. 엄마의 글씨, 문장들, 눈물이 났어. 이태전 중학교를 졸업한 우리 엄마. 나에게 아주 좋은 DNA를 가득 선물해 주신 분.
네 번째 코로나로 아픈 가운데 카드를 사러 이 더위에 나갔다 오셨을 걸음을 생각하니 그저 웃음도 나고. 오늘 정말 열심히 일한 보상이 침대 위에 있었지. 나는 오늘 경이로운 자연보다, 정교한 건축보다, 아름다운 예술보다 귀한 코스를 걸어온 기분이 들었어.
사랑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 든 엄마의 생일 카드는 또 다른 여정의 여행 티켓인 것만 같았어. 이 순간은 나를 또 어디로 데려다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