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질문 : 당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둑이처럼 사람에 대해서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 섭섭한 것을 자주 깜박하는 편이기도 해. 반가웠다가 얘기하다 보면 불편했던 기억 그 감정을 아직 가지고 있구나. 아차 할 때가 많다. 이미 웃기 시작했으니 불편함은 내려놓게 되지. 나의 바둑이 같은 면을 장점이라고 생각해.
거실에서 과한 음량의 TV 소리나 핸드폰의 유튜브 사운드가 들리면 기분이 별로야. 요즘 이런 부분이 잘 안 바뀌더라. 크렁크렁 가래소리, 기침 소리, 청각 장애가 있는 노인 특유의 소리들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고 아파.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데 잘 안 돼서 지치지. 힝. 왜 이렇게 그러려니가 안될까. 이런 면이 마음에 몹시 안 들어.
생물학적 모친과 어린 시절 애착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어. 네 살부터는 함께 살지도 않았지. 그때의 불안함과 불편함이 마음공부를 하게 된 초반 동력이었어. 함께 살기 1년이 4개월쯤 되었어. 내 인생에서 그녀와 함께 산 것은 도합 6년이 안돼. 40년 넘게 다른 시간을 살던 낯선 노인과 함께 사는 일은 사회복지와 인류애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수월하지는 않네. 요즘 내가 느끼는 어려움이야.
그녀에겐 바둑이 모드는 짧고, 길고양이처럼 까칠해. 왜 그럴까 싶을 때가 있을 정도로 거친 마음이 일어날 때, 그것을 표현해도 공감받지 못하고 소통이 안되어 속상해. 직장을 다니고 있어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가끔은 사랑스럽고 편하다가도 대부분 불편함이 고개를 드는 자동 반응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되지 않아. 좀 이상하게 프로그래밍된 거 같기도 하지.
글을 쓰며 장기하 노래를 듣고 있는데 ‘별 것 아니라고~’하는 가사가 들리는군. 그래 별 것 아니지 않다고. 그럴 수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아무 문제없다고. 나에게 낮게 속삭여줘 내 안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 어린 꼬마가, 울고 있는 꼬마가 살고 있다고. 좀 추운 아이가 있다고. 그 아이를 포근히 바라보고 느껴봐. 안아주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는 것으로 괜찮아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