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질문 : 살다 보면 현실에 맞춰 많은 것을 타협하게 돼요. 그럼에도 당신의 삶에서 이것만큼은 포기하고 살지 않겠다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청소를 완벽하게 하는 건 정 없어. 대충 하고 살 거야. 일자리가 없다고들 하는데, 일은 대충 하고 싶어. 완벽하게 일하는 것은 나랑 맞지 않아. 엄마 말은 삐뚤어질 거야. 어른이 되었는데도 뭔가 이런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내게 있어. 철들지 않는 마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대충 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 못해. 미루는 거, 게으름, 정말 타협하기 싫어.
성실하게 기도하고 명상하고 마음을 공부했던 것은 이런 고집스러운 모퉁이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제법 장난스럽게 적어봤지만 내 안의 자신감 없는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만들어. 나는 건강에 자신이 없었어. 어린 시절부터 영양이 부족했고, 저혈압에 겨울이면 손발에 동상이 자주 걸릴 정도로 순환이 약했어. 그래서 취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춤, 요가, 운동을 열심히 했던 거 같아.
나는 늘 선택에서 최우선이 건강이야, 건강 지상 주의자에 가깝지. 스물여덟 오빠의 사망 원인이 위암이었고, 나 역시 위염을 달고 살아서 식습관에 엄청 신경 쓰지. 위를 자극하는 음식은 가급적 먹지 않아. 돌아보면 자극에 민감해서 큰일을 못한 거 같아.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게 어려워. 요즘도 너무 애쓰는 날들이야. 건강하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면 자연인처럼 살아야 하는데, 건강만큼 중요한 우선순위가 세상에 잘 쓰이고 싶은 마음이야. 여러 죽음을 가까이 겪으며 인생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했어. 내가 가진 것들을 세상에 나누고 싶어.
1978년 8월 21일 낮에 서울 봉천동 안방에서 태어난 조그만 생명체가 172센티의 여성으로 성장해 전문가로 일을 하고 있는 현재의 자신이 대체불가 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오늘 하루 받았던 많은 축하 인사와 따뜻한 마음, 선물을 잘 보답하고 살고 싶어. 가장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는 사람이 되는 것. 진심 어린 감사를 느끼고 기쁨으로 사는 것 이것은 절대 타협 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