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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Sep 02. 2017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로맹 가리가 만든 에밀 아자르, 에밀 아자르에 의해 다시 태어난 로맹가리

<자기 앞의 생>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 모하메드(모모)의 유명한 말이다.


다소 철학적인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사람은 무엇인가, 사랑은 무엇인가, 산다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데카르트, 하이데거, 에릭 프롬 등을 소환하여야 답변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질문은 철학자들의 현학적인 말보다는 모모의 생을 통해 체험하는 것이 더 명확하게 느껴진다.


생(산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물리적 개념에 의해 정의되고 제한된다. 삶은 시간이며 시간에 의해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그 시간 동안 존재하는 사람은 혼자서 존재하지만 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정호승 <수선화>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도 외롭다는 이가 많다.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물리적 환경 속에 놓여있는데 공간은 공유할 수 있으나 시간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다. 공간은 밖이며 시간은 안이다. 공간은 시각적이나 시간은 그렇지 못하다. 밖은 공유할 수 있으나 안은 공유 되거나 나뉠 수 없다. 연인들이 데이트를 통해서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장소를 공유하는 것이지 절대 시간은 될 수가 없다. 동상이몽. 한 평생을 자신만의 시간 속에 갇혀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늘 외로울 수밖에 없다.


시간을 공유할 수 없는 인간은 늘 외롭기 때문에 존재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굉장히 아이러니하지만 타인과 시간을 공유할 수 없는 인간은 타인에 의해서 존재를 확인받는다. 이것이 시간을 공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외로운 나의 존재가 존재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순간은 타인에 의해서 나의 시간을 확인받는 그 순간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확인을 받는 행위는 사랑을 통해서 일 것이다.


나는 사람은 사랑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서 사람은 무엇인가, 사랑은 무엇인가, 산다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의 모모는 자신의 짧지만 압축되어 농밀한 삶을 통해서 이 질문을 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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