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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프렌 Aug 23. 2021

낯선 시선

이방인

          

길을 잃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든  생경한 그곳.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낯선 도시에서의 일탈( 逸脫).

   



정신 차려 ’     



화들짝 놀라 앞을 바라보니 이미 일행은 저만치 시야에서 멀어져 간 후다. 잠시 그대로 멈춰 서서 주위를 살핀다. 이국의 바다에 낯선 이들이 듬성듬성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하루의 일과처럼 모든 게 자연스럽다. 사람도 풍경인 듯 조화롭게 어우른다.

이 순간을 찰칵.



' 후훔! 이제 뭐 하지? '


망설임도 잠시. 작심한 듯 직진 본능이 발동한다.


'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가보자.'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다. 지나치던 풍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차분히 여유로운 시선으로 찬찬히 바라본다. 세상은 바삐 돌아가는데 이곳엔 모든 것이 무관해 보인다. 주위엔 오랫동안 평화가 머문 듯 고요하다. 그들에겐 낯선 이방인조차도 늘 곁에 있는 풍경처럼 어색하지 않다.


저-만치 개와 한적한 오후의 산책을 즐기는 그녀가 다가온다. 뉴욕 양키즈 블랙 볼캡을 눌러쓴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멀리서도 한눈에 그녀의 미모를 짐작게 한다. 그녀는 낯선 이방인과 마주침에도 다정한 눈빛으로 미소를 짓는다. 함께 사진 찍자는 부탁에 환한 미소를 장착한 채 스스럼없이 다가와 손으로 V자를 한다. 마치 사이좋은 이웃과 셀카 찍고 있는 착각이 든다.


               "   S  - M  - I  - L  - E   : )  "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예쁜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멈춰진 시간 그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서두를 것도 급할 것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보도블록 끝자락에 와 있다. 왼편으로 돌아서니 성곽 담벼락 아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지나다닐 만한 좁은 사잇길이 보인다. 바다 건너편에는 빨간색 목조 주택이 보이고 그 아래 개인 소유의 배들이 정박해 있다.

 - 사실 이때부터 조금씩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미 출발한 상태라 뒤돌아본들 온 거리만큼 다시 돌아가야 할 상황이다. 무조건 직진. 어찌할 방도가 없다. 길을 따라 계속해서 쭉 –걷다 보니 도로로 향하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오르자 성곽 문이 개선문처럼 서 있다. 통행로 역할을 하는 성곽 문 맞은편으로 공원 입구가 눈에 띈다. 무작정 길을 건너 공원으로 향한다.


공원 안에는 고목들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묻고 있다. 이방인의 침입으로 잠잠하던 공원 분위기가 바람에 술렁이고 나뭇가지가 서로 비비적거리며 소리 내기 시작한다. 갑자기 두근두근 심장 박동도 뛰기 시작한다. 정신이 번쩍.



                     ' Where  am  i ? '



서둘러 돌아온 길을 되짚어 급히 공원을 빠져나온다. 조금 전 지나왔던 좁은 성곽길에 들어선다. 정박되어 있는 배들이 바람에 출렁출렁 흔들거린다. 연푸른 빛 바다는 지는 해에 빛이 가려 검푸른 빛으로 변한다. 점점 거세지는 파도가 벽에 부딪쳐 길옆으로 물이 차오른다.


' 건너가야 한다. 아자아자, 힘내! '


한 호흡 크게 들이마시고 두 손을 불끈 쥔다. 시선은 오로지 길의 끝 지점으로 향한다.

오롯이 홀로 걸어온 그 길을 한 걸음 한걸음 조심조심 걸어간다. 오 분 거리 그 길이 십 리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드디어 안착.



' 유-후! 만쉐이~! '


한 발만 디디면 평화로운 그곳으로 갈 수 있다. 긴장으로 바짝 말랐던 입안에 침이 고인다. 꼴깍!

마침내 오른쪽으로 턴*








여전히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고요한 일상이다. 시선을 돌려 일행을 찾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친근한 음성이 들린다. 그들을 보는 순간 기쁜 마음에 울컥한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거기 있던 사람처럼 즐거운 분위기다.


" 어디 있었어요?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


뭐라 설명하기 애매해서 빙-긋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바다로 향한다. 일행은 아드리아해 눈부신 석양에 감탄하며 그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분주히 움직인다.


때론, 가까이 있거나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멀리 있을 때 보다 오히려 늘 가까이 있기에 더 모를 때가 있다. 낯선 도시, 낯선 시선 속에서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그 길조차도 어디론가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깨닫는다. 헤매고 있는 그 길 또한 하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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