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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프렌 Sep 02. 2021

대체할 수 없는 사람

He

     

Dear my son         

 


늦은 밤. 아들 페이스 톡 울림에 놀라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별거 아니라고 무심히 넘어가도 되는데 본인이 한 말은 잊지 않고 지키려고 하는 태도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끄덕. 신뢰감 팍팍. 다시금 인정하게 되는구나. 훔... 그런데 말이야,


"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


긴장의 연속인 사회생활에 지친 하루를 보내고 있을 텐데 가족만큼은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싶구나.

굳이 깍듯이 예의 갖추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하고 괜찮아. 만일 수위 넘는다 싶으면 그때 얘기해도 되니까. 진중하고 한결같은 아들이 평소 살가운 표현은 자주 하지 않아도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 그 스윗함은 무한 감동 서비스란다.           


    " 사랑합니다 "




어릴 때부터 외동임에도 티도 안 내고 또래 아이들보다 점잖고 사려 깊은데 배려심 또한 많아 부모 마음에 내 자식만 손해 보는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었지. 타고난 품성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것 같아 이해했지만 지나고 보니 어리지만 현명하게 처신했다고 여겨지더구나. 지적인 욕구와 호기심이 강해 새로운 정보 습득력이 남달랐던 아이. 무엇보다 시간 관리와 계획하고 실천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과는 아닌 듯싶구나 :)


“ 그런데... 그거 아니? ”     


주위에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이면에 고민과 버거움도 함께 했다는 거.

늘 그렇듯 과학고 선택부터 Y 입학 후 학점 이수하며 재시험 준비. 공군 입대 후 수능 석 달 앞두고 톡에 장문의 글로 의대 시험을 보겠다고 통보하던 날.     



  오 - 마이 - 갓뜨!

     

한꺼번에 여러 가지 생각이 밀려와 착잡함으로 많이 힘들었단다. 아마 모르겠지? 여느 헬리콥터 맘처럼 유능한 서포터즈 역할도 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홀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아들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단다.


군 생활하면서 말년 휴가를 모아 시험 대비. 피로가 누적되어 수능 전날 코피 흘리는 모습을 보며 그때 깨달았어. 절대 누가 시켜서 할 일은 아니라고.   

   

" 이번이 마지막이지? “     


" 네, 걱정 마세요."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맘을 오히려 다정히 안심시켜주던 아이.    

실패에도 속상함은 툴툴 털고 짧은 준비 기간을 탓하는 변명이나 합리화보다 자신의 노력 부족으로 인정하는 멋진 아들 덕분에 값진 얻음이 무엇인지 알게 됐단다.


제대하고 복학 후 복수전공을 선택. 플랜 B로 새롭게 계획을 짜고 정진하던 모습. 결국 기회는 다시 찾아오고 바라던 합격 소식으로 기쁨을 전했지.

    




중학교 1학년 때던가... 기억하니?


" 엄마, 세상엔 왜 그렇게 선택해야 할 게 많아요? 제일 힘든 게 무언가를 결정하는 거예요. "     


대화 도중 무심히 묻는 말에 잠시 대답을 찾느라 고심했단다. 그 말의 의미를 알기에 너의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져 안타까움에 내 뇌리를 스치며 맴돌았지.


어릴 때부터 무슨 일이든 네게 결정권을 위임하고 스스로 판단하기를 유도한 게 나름의 교육 일면으로 행한 일이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세상 조건으로 보면 좋은 결과물이 노력에 대한 보상 같아서 감사함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어린 네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고려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표면상으론 무난해 보여도 내면의 수많은 갈등을 소화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기롭게 묵묵히 헤쳐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저 대견하고 고맙다는 외엔 달리 표현을 못하겠구나.


 " 많이 힘들었지... 토닥토닥♡ "




며칠 전.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인에이블러(enabler)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됐는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더구나.                          

 

' 과연 아빠와 아들이 보는 아내, 엄마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     


품 안에 있던 어린아이가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이제는 팩트체크도 부탁할 만큼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니 이보다 기쁘고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 어쩌면 스스로 알아서 잘해 주는 자식이기에 호기 부리듯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 분명한 것은 무엇이 소중한지 그때는 몰랐던 걸 조금은 알 것 같고 차츰 보인다는 거지.



이제 시작의 끝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

늘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아들의 성향을 인정하고 결과 여부를 떠나 지나 온 과정에서 보여준 네 의지실행력에 이미 무한 신뢰를 하고 있단다. 예나 지금이나 뒤에서 지켜만 보는 부모지만 지금 선택한 그 길을 잘 가고 있기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힘들고 지쳐 멈추고 싶을 때 고삐를 늦추고 천천히 숨 고르기 하면서 쉬기도 하렴. 네겐 그럴 자격 충분히 있다는 거. 알쥐?   


" 힘들지 않니? "


" 네, 괜찮아요. 잘 지내요. "


아빠 닮아 힘든 내색이나 불평 안 하는 건 여전하구먼요. :)

 


불확실한 미래에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왜 없겠니. 어수선한 세태에 그 누구도 장담하며 살기란 쉽지 않은 세상. 삶의 무게를 조금씩 나누어 여유롭게 바라보고 때론 길을 잃어도 빙-돌아 언제든 제자리 찾아오듯 위기에 직면할 때 특유의 기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일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여태까지 잘해 왔기에 어떤 선택을 하든 걱정하지 않는단다. 단 한 가지. 건강!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지. 첫째도 둘째도 몸 건강 마음 건강. 모든 것에 우선시해야 한다는 걸 꼬-옥 기억해 주렴.


"  그대는 대. 체. 불. 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니까  "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Exodus  - Maksim                                                

https://www.youtube.com/embed/VrBZ0rGWX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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