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봄 필름카메라 엑시무스 & TOY젤리 25
2010
Eximus
DNP centuria 100
FILM SCAN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너를 따라간다.
잘 따라오고 있죠, 누나?
저기, 봄이 있어요.
산이며 들이며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저마다 봄을 알고 찾아와
찬란한 광채를 끝없이 뽐낸다.
흰둥이를 따라 길을 걸으니 어느새 내게도 봄이 든다.
계절에 반해 거닐다 보니 등 뒤로 봄은 길게 늘어선다.
차창으로 스쳐 가는 어느 공원의 꽃 핀 나무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풍경에 시선을 던진다.
저 멀리 풍경보다 앞서 달리던 마음은 어느새 봄의 한가운데에 멈추어있다.
2010
JELLY35
TOY CAMERA
FILM SCAN
돋아 난 풀잎,
물기 머금은 나뭇가지,
방금 떨어진 여전히 청초한 꽃잎,
발가락에 닿는 포슬포슬한 흙길,
누구의 향기일까, 가슴을 간질이는 바람의 내음까지
어느 하나 지나치지 않고 흰둥이는 연신 작고 까만 코를 킁킁거린다.
흰둥이는 6번째 봄을 찾아 신이 나서 웃는다.
입이 모자란 듯 크게, 바라보는 나까지 흐뭇해지는 미소로 씨-익 웃는다.
돌아가는 길은 못내 아쉬워 반짝이는 눈망울로 스쳐 가는 계절에 눈인사도 잊지 않는다.
봄아, 6번째 봄아,
올해도 또 꽃을 보여줘서 고마워.
내 마음에도 새하얀 꽃이 피는 것 같아.
또다시 네가 오면 꼭 마중 나갈게.
잊지 않고 네 발로 달려 나가 너를 반길게.
봄아, 나의 봄아,
올해도 와줘서 고마워.
또, 또,
나를 잊지 말고 찾아와.
2017년 현재 흰둥이는 8번째 봄을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네발로 우다다다 뛰어 봄의 길을 걷는다.
떨어진 벚꽃, 그 꽃비 내린 길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새싹이 돋아 초록빛이 반짝이는 길을 함께 걸으니 또한 행복하다.
그렇게 올해도 흰둥이는 봄을 찾았고
우리는 함께 그 봄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