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핫도그, Skyr, Rye-bread, 물, 생선포, 스프레드, 차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제일 난감했던 건 도대체가 맛있는 음식을 찾을 수가 없었던 점. 길거리 음식도 싸고 맛있고 푸짐한 한국과 달리 아이슬란드에서는 길거리 음식이 거의 없고 그나마 싸고 맛있는 음식은 더 없다. 맛과는 별개로 싼 음식을 살 수 있는 곳은 보너스라는 핑크 돼지가 브랜드 로고인 마트 체인점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먹을 만한 아이슬란드 음식을 적어 본다. 이보다 더 많은 특이하고 맛도 괴이한(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음식 리스트를 적을 수 있지만 그런 음식을 맛보고 싶은 분들은 소수일테니 요청이 있으면 나중에 얘기해 보겠다. 대개 아이슬란드 음식은 자연 그대로 청정한 상태로 먹는게 제일 맛있는 듯 하다. 뭔가 조리를 거치는 순간 한국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맛이 탄생한다. 그럼에도 비싼 곳은 맛있는게 불변의 진리이다. 대신 양은 많지 않은게 함정!
1) 핫도그 Bajarins Beztu Pylsur: 인터넷에서도 맛있고 물가에 비해 싸다고 칭찬이 자자하고, 아이슬란드 안내책자에서도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꼽았다. 클린턴 대통령이 찾았다는 Harpa 건너 편 래디슨 호텔 옆 작은 부스에서 파는 핫도그가 제일 유명하다. 얼마나 유명하냐면 WoW Air 기내 잡지에 사진과 함께 소개글이 실려 있을 정도. (하지만 한국 길거리 음식에 비하면 아주 맛있다고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여긴 워낙에 간식거리가 적은 나라라 유명해지지 않았나 싶다.) 그 밖에도 여행객들이 많은 Laugavegur 거리에도 같은 브랜드의 핫도그 가게가 생겼다. 그리고 보너스에서는 약간 갈색 빛이 도는 핫도그 전용 소스만도 판다. 핫도그 가격은 가게마다 다른데 400kr 안팍. (2015년 기준)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실망했지만 맛은 좋았다. 먹을 때 바삭한 무언가가 씹힌다. 양파맛이 같이 나서 맛났다는 얘기가 많던데 난 그 보다 이 식감이 더 좋았다. 알고보니 양파를 튀긴 거라고 한다. 소세지 고기도 다양한 고기를 섞어서 만든다던데 양고기 맛이 나서 신기하기도 했다.
2)유제품 Skyr: 일종의 요거트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요거트 보다 훨씬 진하고 물기가 적다. 보통은 이것만 먹기 보다는 과일을 넣어 먹거나 우유와 섞어 묽게 해서 먹는다. 아래 사진은 블루베리와 우유, 아이스크림을 같이 넣은 것. 개인적으로 구운 사과맛(Baked Apples)이 제일 맛있었다. 구운 사과맛은 약간 밤맛이 나는데 스키르만 먹어도 맛있고 한국에는 없는 요거트 맛이어서 더 좋았다. 터키에 아이란이 있다면 아이슬란드엔 스키르가 있다. 게다가 안내 책자에 의하면 다이어트 건강식이라고 한다. 가격은 약 600-700kr. 플레인에 해당하는 맛이 제일 싸다.
3) 온천빵 Rye-bread: 정보지에 빵이름 적혀있어서 찍었는데 어떻게 읽어야할지 모르겠다. '러그브라우쓰(왜 여기 번데기 발음기호가 있는지;;)'? 영어로는 rye-bread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으니 먹었지만 조금은 진흙쿠키 먹는 듯한 느낌. 버터랑 같이 따뜻할 때 먹으면 그래도 건강빵 같은 맛이 난다. 내가 이 빵을 맛본 곳은 폰타나 온천이다. 여기서 앞 편에서 길어서 생략한 폰타나 온천이야기를 잠시 같이 해보겠다.
블루라군 투어를 신청했음에도 폰타나를 또 가기로 한 이유는 첫째는 내가 온천을 좋아해서고, 다음으론 북유럽 사우나도 경험해 보고 싶어서, 그리고 서비스로 온천빵을 맛보게 해준다는 문구에 혹해서다. 우리가 온천물에 계란 삶아 먹듯이 아이슬란드에서는 온천이 흐르는 땅 속에 반죽을 넣은 찜통을 뭍어뒀다 만 하루가 지나 쪄진 빵을 버터와 함께 먹는다. 기억하는가, 게이사르 주의판에 물온도가 80-100도라고 쓰여 있었다고. 그 온도도에 반죽을 24시간 묵히면 빵반죽이 빵으로 변신한다. 특별히 맛나지는 않았지만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음식이기도 했고 따끈할 때 버터를 발라 먹으니 온기가 도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가이드 분께서 직접 찜통을 온천 해변에서 퍼내고 다음 날 먹을 찜통을 뭍는 모습에서 시작해 찜통에서 빵을 꺼내 잘라주고 레시피까지 공유해 주는 상세한 과정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여행 후 EBS 프로그램에서 아이슬란드 편을 방영했는데 이 아저씨와 폰타나 온천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이후 탈의실에서 가져온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 입고 작은 온천스파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찜통을 꺼냈던 온천 해변과 한 면이 연결되고 건물 안 쪽에는 남녀 함께 수영장 같은 온천에 몸을 담그고 추우면 옆에 마련된 사우나실에서 몸을 덥히는 식이었다. 그 밖에 특별한 건 없었다. 계속 느끼는 거지만 자연이 최고로 빛나는 관광 시스템이고 시설들은 딱 필요한 것들만 갖춘 북유럽 스타일이었다. 머리 위에서 비바람 몰아치는데 온천 스파 가운데 떠 있는 고래동상 분수랑 장난하며, 사우나 부스에서 돌에 물뿌리며(전통적으로 사우나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 바다 같은 온천 호수에도 들어갔다 나오다 보니(웃긴게 표시판에 hot하다고 주의라고 써 있는데 이 날은 추워서 엄청 cold했다. 온천이 아니라 냉천이었음. 그런데도 혼자 온 어떤 유럽 남자 사람 한 명은 기념 사진 찍는다며 첨벙 거리며 들어갔다. 덕분에 나도 그 사진 찍어 주느라 냉천을 경험;;;) 시간은 훌쩍 버스 탈 시간이 돼 있었다. 약 2시간 정도 시간을 줬었던 거 같은데 온천을 즐기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만약에 날씨가 좋았다면 온천해변에서 더 멋진 경험을 할 수도 있었을거 같긴 하다.
4) 물 Water(!): 여행정보지에 아이슬란드 물을 꼭 마셔보라고 적혀있었다. 아이슬란드는 온천이나 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 같다. 실제로 여기 사람들은 수돗물 그냥 마신다. 약간은 유황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본인들은 모르겠다고 하더라는. 빙하 얼음도 그냥 먹고, 건어물 포장지에도 아이슬란드 천연 물을 사용했다고 써있다. 그래서 물가 비싼 이 나라에서 그나마 물은 수돗물로 맘껏 마셨다. 굳이 여기서 생수 사는 사람은 돈 주고 공기 마시는 격. 하긴 Hekla산 공기를 캔에 담아 파는 나라니까 생수 사먹는다고 이상하게 여기면 안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슬란드 물과 공기가 최고라고 여기는 그들은 돈 주고 외국 생수 사먹는 사람들을 이해 못할지도?
5) 말린 생선포 (아마도 대구포?): 술안주 포스가 나는 포장 속에 북어 흰 속살만 건조해서 둥그렇게 말아 놓은 듯 한 생선포들이 들어 있다. 아이슬란드어로 재료명이 써있어 무슨 생선인지 모르겠으나 옛날 엄마가 밑반찬 만들려고 냉장고에 넣어둔 북어포, 오징어포, 쥐포를 몰래 꺼내 먹었을 때의 그 맛. 다만 한 봉지가 팔천~만원 정도라 비싼 편이다. 아이슬란드산 대구(Cod)가 유명하고 영국과 대구전쟁도 겪은 나라니 아마도 대구포일거라 추측해본다.
6) 버터 아닌, 버터 같은 smurostur: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 같은 건데 맛종류가 좀 신기하다. 버섯맛, 마늘맛, 베이컨 맛 등등. 스프레드 안에 알갱이가 씹힌다. 토스트+버터에 질릴 때 시도해 볼만하다. 일회 사용 분량의 작은 포장이 80kr.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덧붙여 식당에서 빵 종류를 시키면 버터나 흠무스 중 뭘 원하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때 흠무스는 또 다른 종류의 스프레드, 중동의 느낌이 난다.
7) 이끼 차와 안젤리카 차: 섬이라 그런가 이끼가 많은 이 나라는 별걸로 다 차를 만들어 마신다. 이끼랑 birch 나무(측백나무던가?) 등을 섞어서 마시는 전통차. 맛은 딱히 이끼맛이라기 보다는 그냥 허브차나 녹차 같다. 이끼차 말고 안젤리카라는 식물로 만든 차도 있는데 이 차는 전립선 비대에 좋다고 한다. 안젤리카는 아이슬란드 해변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두 차 모두 마트나 관광지에서 티백으로 살 수 있다. 가격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한 봉지 15티백에 1200kr.
참고) 1kr.(아이슬란드 크로네)는 한화 약 9.7원.(2016년 1월 기준) 보통은 뒤에 0 하나 붙여서 환율을 계산하면된다. 예를 들면 100크로네는 1000원 정도다.
여기까지는 간식 수준의 아이슬란드 맛탐험이고 여행기 중간에 음식점과 카페 소개도 할 예정이니 기대 하세요. ^^
[아이슬란드 1인 여행자] 전편 모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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