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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Dec 07. 2021

그물



손가락 다섯 개를 갈고리처럼 굽혀 훑어 긁는데 영 걸리지가 않는다. 성근 그물에서 촘촘한 그물의 순으로 걸러내도 걸려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이 안에 있다. 충분히 묵직하고, 단단한 것이 이 가슴속에 있는데 좌표가 없는 점처럼 도무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존재하건대 눈으로 볼 수 없고, 날숨으로 뱉어지지 않으며, 뜨거운 찻물을 들이부어도 녹여지지 않는 그것. 분명히 이 안에 있다.



찾을 수만 있다면, 그 단단한 것을 손으로 짓 주물러 터뜨리고 거끌한 아스팔트에 발로 문대어 으깨버리고 싶다. 그리고는 범죄의 흔적을 지워버리듯 물을 한 양동이 퍼다 뿌려야지. 그렇게 죽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매일 생겨나고 소멸하는 세포처럼 피고 지는 이 마음은 신출귀몰하다. 이만할 때 없애버리자 싶으면 약을 올리듯 더욱 성성해진 덩치로 우뚝 서있다. 그래, 그냥 있어라 하면 자취를 감춰버린다. 이제는 원래 이 안에 있던 것인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겨 다니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쳐서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도 그물을 든다. 성과가 없으니 집요함만 남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는 담그기만 하고 들어 올리지는 않는다. 그물로 그것이   어딘가에 있다고 경계 지을 , 좌표는 오리무중이다. 그것들이 송사리처럼 그물을 툭툭 치고 지나가지만  이상 낚이지 않는다. 다시 하루의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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