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되어 있기에 발행한다
퇴근길, 을지로 입구에서 2호선을 타고 왕십리에서 5호선으로 갈아탄다. 코로나 19 때문에 재택을 많이 한다지만 확실히 퇴근 시간에 사람이 많다. 코로나 때문에 딴 길로 세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6시부터 6시 반, 러시아워 전철은 사람들 간의 접촉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옆에선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도 보인다. 별 건 아니지만 괜히 신경이 쓰인다. 모두들 핸드폰을 보고 있다. 평소엔 괜찮지만 환승 통로에서 핸드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어깨를 툭 치고 싶은 기분이다. 핸드폰을 보는 타인 때문에 나는 2배로 더 정신을 집중해 걸어야 한다. 5호선으로 갈아타는 순간, 내리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3분의 2쯤 내리는 걸 보고 전철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사람 뒤에 서 있던 사람도 자동으로 따라가고. 이곳에서 질서를 지키려는 의지는 무력감을 동반한다. 아주 가끔은 왜 나만 양보하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싶을 때가 있다.
집에 오니 아내가 돈가스를 준비했다. 에어프라이어에서 돈가스가 익어간다. 버섯이랑 양배추도 함께 돌려서 먹으니 그것 참 별미다.
다 먹고 쥐포를 뜯으며 워킹데드를 봤다. 이제 시즌 4, 재밌긴 한데 계속 보다 보면 멈출 수가 없다.
이렇게 계속 보면 안 되겠다 싶어 끄고 김한민이 쓴 페소아 책을 읽는다. 마치 김한민 작가의 강연을 듣는 것처럼 이야기하듯 쓴 문장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