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쉼 없이 일하고 이제 퇴근한다. 오늘 퇴근송은 크래쉬 1집이다. 네이버 바이브를 듣는데 다른 음원 서비스에 없는 앨범이 많은 건 장점이지만 뭔가 최적화에 문제가 있는지 저장한 음악을 들으려면 데이터도 와이파이도 off 시켜야 끊기지 않는다. 크래쉬를 들으면 중학생 때 시외버스에서 저 뒤에 있던 대학생 누나들이 크래쉬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생각난다. 안흥찬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나 뭐라나. 그때는 그런 대화를 들은 적이 거의 없어서 그랬는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집에 와 저녁으로 회냉면을 먹었다. 언제인가 강릉이었나 속초였나 회냉면을 맛있게 먹었는데 그때처럼 오늘도 나쁘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실화 탐사대를 봤다. 지금 가장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계곡 사건 이야기였다.
남보다 더 못한 부부관계며, 계속 피를 빠는 관계를 보며 한숨이 났다. 무엇을 위해 저랬던 걸까. 이해가 되지 않고 그저 기막힌 사건이다.
그러고 보니 회사에서 박스를 버리다 허영만 만화세트가 버려져 있는 걸 봤다. 커피 만화였고 펴보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걸 가져와서 집에 가져갈까 했는데 너무 무겁고 후배가 읽고 싶다고 해서 줬다. 언젠가 독서모임에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한 남자가 책 나눔을 했다. 그때 난 파운데이션 세트를 골랐고 룰루랄라 회사로 갔다. 무거워서 회사에 보관하려고. 아마 그 후에 보드게임도 있었는데 당장 책에 눈이 멀었다. 그렇게 끙끙대며 가져갔던 책을 한 권도 다 읽지 못했다. 확실히 세트, 전집류는 굳게 마음먹지 않으면 완독이 어렵다.
전집이라고 하니 어릴 때 읽었던 금성출판사 전집류가 생각난다. 세계명작 문학 전집과 (전집 셀렉션이 꽤 다양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야말로 전 세계를 총망라했던) 학습 전집류, 학습 만화를 읽었다. 참 열심히 읽었고 신동우 화백이 그린 차돌같이 단단하면서 정감 있는 삽화가 기억난다. 당시 백과사전을 읽으며 세계를 상상했는데 정말 어딘가로 떠나야 할 때엔 겁이 났었다. 그렇게 겁 많은 나를 끌어준 건 아내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고. 책과 사람. 결국 계속해서 함께 갔다. 그래서 사람책이란 단어도 있는 건가. 모르지. 뭐.
지난 주말엔 안산에 갔다.
날씨가 좋아 카페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가려고 했던 카페는 카페 앞이 공사 중이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결국 삼청동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라면 땡기는 날에서 짬뽕 라면을 먹었다.
맛있었지만 예전보다 좀 덜 매웠다. 예전엔 스스로가 싫을 정도로 매웠는데 지금은 콧물이 약간 나오는 정도였다.
계란을 추가해서 덜 매웠나. 뭐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아 그리고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전보다 천 원 정도는 오른 것 같다. 물론 지금의 살인적인 물가에 비교하자면
오르는 게 맞지만 말이다. 그래도 추억이 있는 집이라 변하지 않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