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라 30분 일찍 퇴근했다. 평소엔 가장 가까운 전철역을 이용하는데 조금 먼 전철역에서 2호선을 탔다. 금요일 퇴근길이라 사람이 정말 많았다. 사실 계획이 있었다. 교보에 잠깐 들러서 새로 나온 음악책을 구경할까 했다. 하지만 조금 일찍 회사를 나오니 기분이 좋아 무언가를 생각하고 의지를 갖고 무언가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냥 느긋하게 집에 가고 싶었다.
점심에는 부서 사람들과 보리굴비 집에 갔다. 맛있었으나 높으신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느라 마음껏 먹지 못했다. 늘 그런 식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먹은 건 아무리 메뉴가 좋아도 맛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저녁에는 마파가지밥을 먹었다. 귀찮으니까 롯데리아 시킬까, 김치사발면 먹을까 하다가 건강한 밥을 해 먹기로 했다.
결혼하고 맛있는 밥을 자주 먹는다.
브런차에 일기를 쓰는 게 하나의 루틴이 된다면 올해 한 잘한 일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된 후 기뻤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너무 오랫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던 점이 의아스럽기도 하다.
다만 브런치는 블로그에 비해 전문적인, 그래도 조금 공들인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몇 줄 쓰고 문장을 지워야 했다. 그래서 속 편하게 일기를 쓰기로 했다.
한편 한편 따져보면 별 것 없지만 매일 써서 과거를 들여다보면 큰 물결처럼 다가오는 일기.
초등학교 때 이후로 꾸준히 일기를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대학 졸업 후 취업을 거쳐 여기까지 오면서 일기를 쓰는 이유는 자랑이었다. 나 이렇게 맛있는 것 먹었어요.
나 이렇게 좋은 곳에 갔어요 하는. 그러다 보니 자랑할 것이 없으면 일기를 쓸 수 없었다. 1주일에 한번 정도 자랑할 게 생기면 신나서 쓰지만 평소에는 무언가를 표현하지 못한다는 건 꽤나 답답한 일이다. 그저 평범하고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매일매일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 그래야 ‘일상’을 좀 더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집에 와서 파친코를 보려다 껐다. 1~4화까지 몰아볼 때는 퍽 즐거웠지만 1주일을 꼬박 기다려 한편을 볼 때엔 좀 시시했다. 그래서 남은 2편은 기다렸다가 한 번에 볼까 한다. 오늘 애플티비 플러스에는 파친코뿐 아니라 매직 존슨 다큐와 한 신인 농구선수의 다큐도 공개되었다. 좋아하는 농구 콘텐츠가 많아 신난다. 물론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과 실제로 보는 건 다르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영화나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건 여전히 어렵고 버겁다.
거의 10시가 다 됐다.
이제 씻고 자야지. 아까 읽다 만 책이나 마저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