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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달 Oct 08. 2023

날씨

날씨가 흐리다. 매일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 어떨까 싶다. 대부분 비공개지만 가끔 자랑하고 싶은 건 공개를 하는 그런 일기. 노션이나 구글 드라이브에 쓰는 것보다 매일 들어오는 블로그에 쓰면 될 일인데. 어렵게 생각했나 보다.

일기라고 하면. 형 일기장이 생각난다. 5살 차이가 나서 그런지 내 모든 것의 기준점은 형이었다. 형이 좋아하는 음악, 보는 영화들이 꽤 괜찮게 느껴졌고 영향도 많이 받았다. 다만 형의 존재 때문에 정체성이 형성될 때 자신감이 지극히 없었던 것도 있었다. 형이 쓰던 글, 몰래 보던 일기장을 보면 내가 쓰는 글보다 훨씬 좋아 보여서. 나는 글솜씨가 없다고 낙담하곤 했었다. 그래서 형이 백일장에서 상 받은 글(물론 그 글도 형 담임이 고쳐준 글이었는데)을 따라 써서 글짓기에서 쓰고 그랬었다. 그런데 중 1 때였나. 정말 형 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맘대로 쓴 글인데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었다. 되게 뒤틀린 마음을 표현한 글이었던 것 같은데. 애매하게 따라 쓰는 부자연스러운 글보다는 나았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내 어릴 때 환경이 그랬던 것 같다. 엄마는 하지 말라는 것만 있었고. 위 형은 의식되고. 스스로 결정한 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아내의 친할머니(내가 부르는 호칭은 애매하긴 한데)가 주신 쌀을 보니 벌레가 있어서 그걸 골라냈다. 거의 30킬로쯤 주셨는데 절반쯤 골라냈다.

힘들긴 한데 하고 나니 뿌듯하다. 아내는 어릴 때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 그리고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살아서 그런지 쌀에 대한 감정이 남다른 것 같다. 물론 나는 약간 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산에서 왔다고 하면 농사지었나 하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군산은 나름 중소도시입니다. 물론 서울에 비하면. 뭐 서울에 비하면 어딘들 아니겠냐고.  


​음 카페에서 영 쉘던 열심히 보다가 익숙한. 예전 춘천에서 막 버스에서 내렸을 때 들었던 카더가든의 명동콜링 듣던 그 이상한 느낌과 비슷한 검정치마 리메이크 노래가 들려서 샤잠으로 돌리니. 젠장. 이것도 카더가든이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이 흡입력은 인정해 줘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동콜링이랑 기다린 만큼 더 둘 다 좋아하는 노래인데. 어느 날 후배 차에 탔을 때 죄다 리메이크 노래가 캠퍼스 스쿨밴드 느낌으로 나와서 뭐냐고 했더니 슬기로운 병원생활인가 그거 ost라고.

리메이크 노래는 딱 공일오비 슬픈 인연이랑 단발머리 정도만 좋아했다.

베스트앨범은 블러 베스트 앨범 정도만 좋았고.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건 좋아해도 음악 재탕 삼탕은 사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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