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모두의 거실이 되다, <얼리브라운지>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곳곳의 숨겨진 로컬공간기록, 도시작가 프로젝트]
고향 친구가 서울로 상경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면서. 서울에서 집을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났다. 서울에서 원하는 가격에 괜찮은 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서울에 올라온 지 십수 년. 서울에 있었던 그 시간만큼 공간에 대한 꿈은 점점 멀어져 갔다. 땅값이 높기로 소문난 서울의 명성답게 내가 누울 땅 한 평 마련하기가 그리 어려웠다.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제공되는 정보 덕에 인테리어며 가구며 눈이 높아만 가지만, 나의 워너비 공간은 핸드폰 너머의 세계일 뿐 언제 그곳에 두 발 딛고 설 수 있을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자취를 시작하며 알게 된 것은 '가고 싶은 곳을 고르는 방법'이 아니라 '최악의 집을 피하는 방법'이었다. 쓴 맛을 뒤로하고 이제 갓 상경할 친구에게 나도 그 비법을 전수했다.
우리에게는 모두 공간에 대한 꿈이 있다. 공간이 뭐길래 그리 목을 맬까 싶지만 '삶의 질'과 바로 직결되는 것이 내가 담긴 공간의 상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감히 빗대어 말해보자면, 좋은 공간에 좋은 내가 깃든다! 나쁜 공간을 피하는 삶에서 좋은 공간을 누리는 삶으로의 전환이 과연 가능할까. 빤한 주머니 사정인데, 로또라도 긁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Be Yourself.
단순한 듯 심오한 문구에 일단정지. 얼리브라운지 입구에 쓰인 문구가 비장하게 우리를 반겼다. 나다운 것은 과연 뭘까. 얼리브라운지는 나다워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일까. 이런저런 질문들에 고개가 갸웃해졌지만, 정신이 반짝 드는 기분 좋은 주문임에는 틀림없었다. 큰 거울로 만들어진 출입문이 문장에 힘을 더했다. 괜히 옷매무새도 한번 더 다듬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하고 입장해야만 할 것 같았다.
출입문부터 화려하다 했더니,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빨강의 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빨간 벽 옆으로는 벽면 가득 까만색의 로커가 자리 잡았다. 강렬한 빨강을 지나오니 푸른 식물이 가득한 로비에 절로 감탄이 났다. 많은 공간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보았던 공유오피스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인테리어다. 잡지에서나 볼 법한 인테리어에 새 집에 놀러 온 것 마냥 괜히 마음이 설렜다. 로비를 중심으로 오른쪽, 왼쪽으로 공간이 구분되어 있는데 왼쪽은 라운지나 루프탑처럼 활동적인 공간, 오른쪽은 조용히 업무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나뉘었다. 공간마다 포인트 컬러며 가구의 느낌이 전혀 달라서 공간을 둘러보는 데에도 시간을 꽤 쏟았다. 그뿐일까. 책장 뒤에 숨겨진 시크릿 룸이며 벽으로 위장 가능한 회의실까지, 공간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매력포인트들 덕분에 한층 사랑스러운 공간이 됐다.
얼리브라운지 공간의 기본 콘셉트는 '거실'처럼 편안한 곳이란다.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라는 수식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일면 생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나는 한 번도 이런 거실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지금껏 '살아야만 했던 집'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거실이었으니 낯설 수밖에!
얼리브라운지가 만든 거실은 아무도 자기 것으로 경험해 본 적은 없으나 누구나 꿈꿔왔던 곳, 그야말로 이상향의 공간이었다. 누구나 나의 거실이었으면 했던 공간이 모두의 거실이 되어 도심 한가운데 구현된 셈이다. '집'다운 집, '거실'다운 거실에서 작업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은 도시인들에게 이보다 더 최적의 공간이 또 있을까. 심지어 그 경험을 월 15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누릴 수 있다니, 더없이 매력적인 조건이다.
거실이 콘셉트이라 그런지 공간을 이용하는 이용자들도 한결 편안해 보였다. 얼리브라운지 이용자의 대다수는 1인 기업가나 프리랜서 작업자, 아티스트들. 자유로우면서도 집중 있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들이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오고 가는 사람들, 루프탑에서 요가를 즐기는 사람들, 공간 여기저기 편하게 앉아 업무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 또한 긴장이 풀어졌다.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흘렀다.
얼리브라운지의 또 다른 특별함은 바로 이용자들의 삶을 돌보는 클래스를 함께 운영한다는 점. 이미 얼리브라운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루프탑 선셋 요가>부터 매일 저녁 운영되는 <데일리 나잇 요가>,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소그룹 PT <내 몸 사용 설명서> 까지. 일을 잘하는 것과 잘 사는 것을 떼어 생각하지 않는 얼리브라운지의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프로그램들이다. 저녁마다 열리는 요가 수업은 한 달 멤버십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부담이 더욱 덜어진다. 편안하고 자유롭게 일하고 요가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강한 삶, 이런 삶을 누릴 수 있다는데 얼리브라운지에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얼리브라운지는 서울숲을 넘어 계속 확장 중이다. 얼마 전에는 펍(Pub)을 기본 콘셉트로 한 코워킹 스페이스, 이태원 브루독을 열었다. 멤버십 하나로 얼리브라운지의 모든 지점이 이용 가능하다고 하니, 그날 일정에 따라 혹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원하는 지점을 이용할 수도 있겠다. 함께 일하는 모두의 거실, 모두의 펍 그리고 그다음은 무얼까. 앞으로 더 다양한 콘셉트의 얼리브라운지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기를, 그래서 나의 삶이 더욱 윤택해지기를 기대해본다.
내 집보다 편안한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면, 얼리브라운지(Alliv)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 88 노벨빌딩 5층
1일권 : 15,000원 / 1개월 멤버십 : 1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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