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의 방법
요즘 들어 퇴근 후 이것저것 다양한 취미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다음 주부터는 피아노를 배우기로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한 3년 정도 피아노를 배웠었는데, 당시에는 매일매일 연습하기가 귀찮아 벼락치기처럼 몰아서 연습하고, 하루 만에 수행하기 힘든 "동그라미"들은 선생님 몰래 체크하곤 했었다.
혹시라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들킬까 봐 펜 색깔까지 다르게 해 가면서.
하지만 학업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하고, 다른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피아노는 그저 수납공간이 없는 장식 대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무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피아노는 중학교 3학년 즈음에 결국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랜드 피아노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비싼 가격을 주고 샀다고 들었는데, 막상 팔 때는 몇십만 원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때는 그저 피아노가 사라진만큼의 자리가 넓어져 좋았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딱 그만치의 추억이 사라진 것 같다.
이렇듯 요즘 들어 부쩍 피아노 생각이 나기도 했고,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인 "슈퍼밴드"에서 한 연주자가 피아노를 아주 멋들어지게 치는 걸 보고 다시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시시때때로 들던 참에 "숨은 고수"라는 앱에서 즉흥적으로 날린 견적서에 다행히 지역적으로도 금액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 와서 한 번 시작해보기로 했다.
피아노 이외에도 이번 주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는 사실 취미라기보다는 생존본능 같은 건데, 입사 3년 만에 6kg가 쪘고, 그것도 근 반년만에 대부분 찐 거라 정말 운동이 절실함을 느끼고 있었다.
절실함과 안락함이 매일같이 자기주장을 하며 격렬하게 싸웠고, 대부분은 안락함이 이겼지만 그래도 드디어! 친구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했다.
몸이 무거울수록 힘든 달리기.
힘들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조금만 살이 빠지면 하자, 지금 하면 발목에 너무 무리가 갈지도 몰라, '라는 마음으로 미뤄왔지만 더 이상의 변명은 당뇨로 직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어 먼지가 내려앉은 운동복을 꺼내어 입고 문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했다.
비록 아직 2회 차 밖에 안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면서 건강한 삶을 살기를 다짐해본다.
위에 쓴 내용 말고도 그림 그리기, 요리, 인테리어 등 다양한 걸 시도는 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추후에 좀 더 다른 방법으로 색다른 매거진을 통해 알리고 싶다.
비록 월요일이 또다시 성큼 앞으로 다가와 우울하지만 내일 해야만 하는 일들이 아닌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보며 잠을 청해 본다.
퇴근 후 하고 싶은 일들이 잔뜩 쌓여 "존. 버."의 이유가 되어주기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기를 바라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