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동력의 값어치는 얼마일까?
한 달 내내 뼈 빠지게 일하고 월말에 통장에 찍히는 몇 자리의 숫자.
월급의 절댓값과는 상관없이 과연 그 값이 내가 한 달 동안 쏟아부은 노동력만큼의 값을 할까.
개인적으로는 현재 월급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3년 차인걸 감안했을 때 높은 편도 아니고, 오히려 평균보다 낮고, 무엇보다도 앞으로 연봉이 오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돈이 모든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의 성취감, 직장 동료들, 나를 믿는 사람이 있을 때 그 기대를 충족시키고픈 묘한 만족감.
다양한 감정을 직장에서 가질 수 있지만 금전적인 것만큼 즉각적인 보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며칠 전 묘한 말을 들었다.
"넌 네가 월급만큼 일한다고 생각해?" by 상사.
일단 저 말이 동료가 아닌 상사에게서 나왔다는 것부터가 답은 "no"라고 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히려 더 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려고 했으나 눈치로 그 대답은 농담인 것처럼 넘겨 버리고,
"받는 만큼 일하고 있다, "라는 답변으로 바꿔 말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간 순간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저 질문이 뇌리 속에 깊이 남아있다.
나는 과연 돈을 받는 만큼 일을 하고 있을까?
과연 돈 1원에 걸맞은 일의 정도는 얼마만큼일까? 10,000원은?
최저 시급이 적용된 일들도 과연 정말 그 몇천 원을 받을 만큼의 일일까?
통장에 찍힌 돈을 보고 한 번도 '그래, 이 정도면 그래도 많이 받고 있지'라고 만족한 적이 없는데, 나는 정말 돈을 받는 만큼 일을 하고 있는 게 맞을까?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나는 내가 돈을 받는 것보다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당하게 '월급을 백만 원은 올려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열정을 쏟아붓지는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 정도로 열정을 쏟아붓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주어지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어떻게든 사고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을 하겠지.
적어도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내 월급의 값어치니깐.
늘 생각하는 거지만 이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딘가에 매뉴얼이 정해진 게 있으면 좋겠다.
백만 원에는 보고서 몇 장! 사업 몇 개! 이백만 원에는 플로서 알파로 보고서 3장 더! 사업 두 개 더!
이런 식으로 정해져 있지 않는 한 아마 상사가 생각하는 기준치와 내가 생각하는 기준치가 만나는 일은 앞으로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영원히.
끝.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