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 주변 환경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와 닿는 것이 바로 시간의 속도이다.
하루하루는 오히려 출근해서 시계만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더디게 흐르지만 전체적으로 생각해보면 분기별로 한 번씩은
'아니 벌써 6월이라고?'
'아니 벌써 추석?'
'아니, 벌써 수능이라고?'
등등의 생각으로 화들짝 놀라곤 한다.
개인적인 이유로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느리게 느껴졌고, 그만큼 내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와는 또 별개로 시간이 제발 멈췄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수록 무서운 것은 개인의 변화보다도 주변 환경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점점 부모님의 주름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음을 느끼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모님을 부양하는 삶의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독립하여 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분리된 '개인'으로 진화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세상에 홀로 남겨질 것을 생각하며 숨이 갑자기 턱 막힐 때도 있다.
그 외에도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커 보였던 친구들의 존재, 연인의 부재 이런 게 더 이상 내 의사결정의 중요사항이 아니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게 이제는 무섭다고 느껴진다.
어렸을 적 막연히 기대했던 멋진 어른의 삶이 더 이상 내 것이 될 수 없을 깨닫는 순간, 미래는 불안하고 불명확한 미지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가 의지했던 사람들은 하나둘 사라질 테고 내 자신조차도 점점 이전에 나와는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
세상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으니 분명 그 속에서도 새로운 설렘이 있겠지, 하며 명치를 타고 올라오는 검은 덩어리를 애써 달랜다.
내년에는 단순히 한 살 더 먹은 내가 아닌 보다 성숙한 신념을 가진 성장한 내가 되었기를 바라본다.
2020.11.17_야근하다가 갑자기 감성이 차오르는 밤(30살이 되기 1.5개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