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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Jul 15. 2024

그린 존 Green Zone 2010

정치권력과 언론의 부정한 거래는 수많은 전쟁과 무고한 죽음을 몰고 다닌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한 미국 부시 정권,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됩니다. 미 육군 로이 밀러(맷 데이먼) 준위는 이라크 내에 숨겨진 대량살상무기 제거 명령을 받고 바그다드로 급파됩니다. 정부의 지시를 받고 부하들과 함께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정보를 근거로 벌인 수색, 밀러는 브리핑 과정에서 의문을 제기하지만 묵살당합니다. <그린 존>은 군인이 해야 할 일, 정부가 해야 할 일, 언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혹은 그 각각의 임무가 정상 궤도를 벗어날 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생존을 위한 것인가, 권력의 속성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제거한 미국, 미국은 유엔의 승인 없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공격합니다. 미국은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한 아프가니스탄 공격때와 달리 국제사회 반응은 냉담했고 미국은 뚜렷한 증거 제시를 못했습니다. 이라크가 알카에다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대량살상무기가 정말 있는지에 대한 증거는 전쟁이 끝나고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클라크(그렉 키니어)와  로리 데인(에이미 라이언)의 은밀한 정보 공유(?)는 잘못된 정보를 세상에 흘리며 파병을 독려하고 국제질서에 앞장서는 미국의 역할을 그럴싸하게 포장합니다. 계속되는 작전 중에도 대량살상무기에 관해 아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 밀러는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언론이 사실대로 보도해 주길, 세상에 알려지길 바랍니다.  


이번엔 제대로 된 기사 좀 내봅시다.  


밀러는 왜곡된 전쟁에 대해, 전쟁에서 직접 보고 듣고 확인한 내용을 근거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전 언론사에 뿌립니다. 권력의 회유와 협박을 외면한 채 밀러가 전쟁의  진실을 알리도록 언론에  요구한 것입니다.   





대량살상무기가 있던 없던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는 클라크의 질문이 미국 정부가 왜 전쟁을 일으켰는지 미국식 우월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밀러는 클락크의 말에서 전쟁의 실상을 깨닫습니다. 정치권력과 언론의 부정한 거래는 세상 곳곳에서 끊임없이 수많은 전쟁과 무고한 죽음을 몰고 옵니다. 지금 현재에도 세상 곳곳이 전쟁 중이고 심지어 전쟁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도 느껴집니다.





명분 없는 전쟁의 결말 후에도 '미국식 정의'는 여전히 작동중이다 


프레디와 알와이의 한마디가 이라크 전쟁의 시작과 결과의 진실, 그 모든 것을 요약해 줍니다.

 

이라크가 어떻게 되든 당신이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 이라크의 일은 누구도 해결할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이것은 이유 없는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자네의 정부는 거짓을 듣기 원했지. 그것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할 가장 좋은 명분이니깐. 이게 다 자네 정부의 시나리오야.


영화를 보며, 끊이지 않는 중동국가들의 전쟁과 미국의 개입 사실을 새삼 찾아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터진 전쟁들이 왜 아직까지 계속되는지 원인도, 과정도 명확하지 않았던 여러 전쟁들에 대한 의문이 영화에서 일부 확인되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생존을 위한 전쟁보다 명분 없는 전쟁이 훨씬 더 많이 터지고 있습니다. 권력의 유지를 위해, 무기를 팔기 위해, 종교를 위해, 세계를 지킨다는 사명감과 인류 평화를 위해(?)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분명한 건 각 나라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3 국가의 개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확전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혹시 모를 위협(?)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혹시 그들의 개입이 세상에 새로운 위협이라는 건 아예 생각에서 제외한 걸까요?





정부 권력과 언론이 함께 진실을 숨길 때 얼마나 큰 재앙이 따르는지 그 추악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진실을 알려야 하는 언론이 권력의  앵무새가 되어 미국 정치권력의 의도를 숨긴 채 공포심과 우월감, 애국심을 조장하는 기사로 대단한 정보인양 세상에 흘립니다. 어쩌면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전쟁이 요란한 군사작전을 통해 시작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군인들은 국가의 요구에 충성을 맹세하고 전쟁터로 떠납니다. 하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작전의 내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라크 전쟁의 시작에 관해, 그 과정에 대해 이 영화만큼 솔직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없었습니다. 권력 구조의 촘촘한 배신과 권력 유지를 위한 위장들,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심지어 미국이 전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이라크인들까지)의 무고한 희생을 봅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있었던 해방전후, 혹은 6.25 전쟁 이후 상황들이 떠오릅니다. 지금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과 매일 터지는 해괴한 사건사고들도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세상 어느 곳이든 전쟁터를 만들어버리는 미국 현실 청지는 당연히 욕을 먹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적나라하게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미국의 환경이 부럽고 그린그래스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권력과 언론이 만나 거짓말을 만들어내면 세상을 속이긴 너무도 쉽습니다. 설사 곧 드러날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그 거짓말은 이미 세상을 오염시키고 누군가는 그 오물에 빠져 생사를 오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퍼진 거짓말로 끝내 진실을 덮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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